카드사들이 영업을 멈춘 홈플러스에 대한 매출대금 지급을 잇달아 보류하면서, 유통업계의 경영 불안이 금융권의 결제 리스크 관리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은 홈플러스가 전국 점포 영업을 중단한 지난주 이후 홈플러스에 들어갈 카드 매출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 지급을 멈춘 상태다. 카드사마다 적용 시점과 범위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제 취소 가능성이 큰 거래를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흐름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영업중단 이전에 발생한 매출 가운데서도 추후 환불이 발생할 수 있는 금액을 우선 걸러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조치는 카드 결제 구조와 맞물려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가 먼저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고, 이후 소비자가 결제일에 카드사에 돈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상품 배송이 이뤄지지 않거나 서비스 이용이 중단돼 결제가 취소되면, 카드사는 우선 소비자에게 환불 처리를 해준 뒤 가맹점에서 그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 현재 홈플러스처럼 영업이 멈춘 상황에서는 고가 가전제품 미배송, 문화센터 이용권 환불 같은 취소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 카드사 입장에서는 사후에 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미리 관리할 필요가 커진다.
업계에서는 이런 판단의 근거로 가맹점 표준약관을 든다. 해당 약관에는 가맹점이 회생이나 파산 절차에 들어가거나, 그에 준하는 중대한 경영상 변동이 발생한 경우 카드사가 대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실제로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본사와 대형마트 매장 영업을 임시 중단한 뒤 매출 취소가 늘었고, 카드사들이 소비자 보호와 손실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지급 보류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일부 카드사는 지난 3일 법원의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에도 같은 약관에 따라 대금 지급을 일시 보류했다가 다시 재개한 바 있다.
카드사별 대응은 조금씩 다르다. 삼성카드는 회생절차 폐지 이후 고가 가전제품 관련 카드매출 취소가 일시적으로 급증하자 상황 관리를 위해 한때 지급을 보류했다가 재개했고, 현대카드는 관련 공문은 보냈지만 이번 보류 조치 전까지는 대금 지급을 정상적으로 해왔다는 입장이다. 제휴카드 운영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KB국민카드는 지난 10일부터, 신한카드는 지난 14일부터 홈플러스 제휴카드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아직 제휴카드 발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홈플러스 측의 항고와 향후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각각 연대보증과 긴급운영자금, 즉 디아이피 대출(회생기업 운영을 위해 우선적으로 공급되는 자금) 지원에 합의하자 전날 즉시항고장을 내고 회생절차 재개를 추진하기로 했다. 회사는 회생절차가 다시 이어지고 디아이피 대출이 실제 집행되면 영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영업 정상화 여부가 카드사들의 지급 보류 해제와 제휴사업 재개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홈플러스의 법적 절차 진행 속도와 자금 조달 성과에 따라, 유통업계 신용위험이 금융권 전반으로 얼마나 확산할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