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최근 외환시장에서 6조∼7조엔 규모로 추정되는 엔화 매입·달러화 매도에 나서면서, 급격한 엔저를 막기 위한 대응 강도를 다시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1일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일본은행이 공표한 3일 시점의 당좌예금잔고 전망에서 환율 개입 때 크게 움직이는 ‘재정 등 요인 항목’ 자금이 8조2천억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애초 1조∼2조엔 정도의 감소를 예상했는데, 이를 웃도는 차액 약 6조∼7조엔이 실제 외환시장 개입에 투입된 금액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화로는 약 55조∼64조원 수준이다.
시장 반응도 개입 정황과 맞물려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57.80엔까지 내려갔다. 엔·달러 환율 하락은 같은 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엔화가 줄었다는 뜻이어서, 그만큼 엔화 가치가 올랐다는 의미다. 약 50분 만에 환율이 2% 넘게 떨어질 정도로 움직임이 빨랐고, 엔화 가치는 약 2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3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다시 달러 매수 움직임이 나오면서 한때 160엔대가 나타났지만, 오후 들어서는 다시 158엔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이번 조치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도 사실상 보조를 맞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NHK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7월 31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여러 은행에 엔화 매입 방식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알리고 대비를 요청했다. 교도통신은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같은 날 열린 각료회의에서 ‘50억∼100억달러 규모의 엔화 매입’이라고 적힌 메모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이라면 엔화 약세를 억제하기 위해 미일 당국이 이례적으로 같은 방향의 행동에 나선 셈이다.
일본 당국의 환율 개입은 지난 4월 말과 5월 초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당시에도 여러 차례 개입을 통해 모두 11조7천억엔을 투입했지만, 엔저 흐름 자체를 완전히 꺾지는 못했다. 근본적으로는 일본의 완화적 금융 여건과 적극 재정 기조가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미즈호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수석 외환 전략가도 이번 개입에 따른 엔고 효과가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일본 당국이 단기 급변동에는 강하게 대응하되, 금리와 정책 기조 같은 구조적 요인이 바뀌지 않는 한 엔화 약세를 완전히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