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관행에 대응해, 적발된 경우 주식 가치를 최소 30% 높여 과세하는 새 기준을 내놓았다.
재정경제부가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손질해 일시적으로 눌린 시세가 아니라 보다 정상적인 기업가치를 세금에 반영하겠다는 데 있다. 그동안은 정해진 기간의 시가를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매기는 방식이어서, 일부 기업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결정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정부는 주가 누르기 추정 요건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 즉 피비알(PBR·주가를 순자산과 비교한 지표)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또는 코스닥 하위 10%에 드는 저피비알 기업이 우선 대상이다. 또 최근 1년 사이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처럼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있었고, 시가 평가액이 최근 3년간 시가와 비교해 30% 이상 하락한 경우도 포함된다. 현행 방식으로 상속·증여세를 신고한 기업이 이 요건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면 평가심의위원회 심의에 넘겨지고, 납세자가 주가 누르기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강화된 평가 방식이 적용된다.
심의 결과 주가 누르기로 확정되면 과세 기준은 크게 높아진다. 저피비알 기업은 최근 6개월부터 6년 6개월까지의 종가 평균과 현행 평가방법에 따른 시가의 1.3배 가운데 더 큰 금액으로 상속재산가액을 정한다. 사실상 기존보다 최소 30% 높은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의미다. 최근 주가 급락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은 최근 6개월부터 3년 사이 종가 평균 중 가장 높은 값을 적용한다. 이 기준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사이 상장주식 거래에서 발생한 증여이익 과세에도 똑같이 쓰이지만, 거래소 장내거래는 시간외 대량매매를 제외하고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이번 개편안에는 자사주와 해외 자회사 과세 체계 정비도 함께 담겼다. 지난 3월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의 성격이 자본으로 명확해진 만큼, 2027년 1월 1일 이후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 주주는 취득 목적과 관계없이 의제배당으로 과세받는다. 다만 배당소득 이중과세 조정은 이익소각 목적일 때만 인정한다. 법인은 내년 이후 자사주를 처분하면서 생기는 이익이나 손실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해외 자회사인 특정외국법인(CFC) 관련 기준도 손본다. 지금까지는 해외 자회사의 실효세율이 17.5%보다 낮으면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최저한세율과 같은 15% 미만으로 기준을 낮춘다. 이는 다국적기업이 서로 다른 국제 과세 기준을 이중으로 점검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로 읽힌다.
결국 이번 개편은 편법적 승계나 조세회피 가능성에는 더 엄격하게 대응하면서, 자본거래와 국제조세 체계는 현실에 맞게 단순화하려는 방향으로 정리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기업 승계 과정의 세무 검증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