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데이터센터의 사업 성패는 전력 확보를 넘어 실제 임대수익과 자금 조달 조건에서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비트플래닛(Bitplanet) 리서치랩은 9월 17일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파주·울산·해남·구미 등 국내 프로젝트 4건의 가동 준비 현황을 비교하고, 전력과 수요를 확보하더라도 ‘손익분기’ 달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임대료와 임차율, 차입 조건, 실제 입주 시점을 함께 살펴야 AI 인프라의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공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신청은 522건, 신청 용량은 3만 3,592메가와트(MW)에 달했다. 이 가운데 최종 공급 승인을 받은 사업은 10건, 1,010MW에 그쳤다. 누적 신청 대비 승인 건수는 약 1.9%다. 다만 심사가 진행 중인 사업도 포함돼 있어 이를 개별 사업의 최종 승인 확률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분석 대상 가운데 전력 공급 확정과 준공 전 1동 임대 계약을 모두 완료한 곳은 LG유플러스의 파주 AI 데이터센터였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200MW 전력 공급이 확정됐으며 1동 임대 계약은 준공 전에 전량 마무리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약 용량과 기간, 임대 단가, 2~4동의 사전 임차 계약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력과 초기 수요를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 정확한 손익분기 시점을 산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SK의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현재 건설 중인 초기 시설과 향후 확장 계획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가 인용한 2026년 9월 보도에 따르면 초기 시설의 전력 확보는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SK는 비밀유지계약을 이유로 정확한 용량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최태원 SK 회장은 9월 11일 약 900MW 추가 확장 협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다고 밝혔으나, 한국전력은 추가 공급을 위한 공식 행정 절차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확장 협의의 진척과 최종 전력 공급 승인은 별개라는 의미다.
울산 사업의 수익 구조 역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협력이 SK의 확정적인 임대수익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AI 인프라 사업에서 협력사의 이름이나 발표된 확장 규모만으로 현금흐름을 추정하기보다, 실제 계약 구조와 수익 귀속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해남 솔라시도의 국가AI컴퓨팅센터는 상업용 임대시설과 평가 기준이 다르다. 수전 용량 40MW, AI 반도체 1만 5,000장 규모로 조성되며, 2026년 8월 3일 착공식을 열고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연구기관에 이용권과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임대수익 외에 공공 AI 인프라 공급이라는 정책적 성과를 함께 따져야 한다. 보고서는 전기사용 신청 완료도 전력 공급 승인 확정과 구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SDS의 구미 AI 데이터센터는 60MW 규모로 추진된다. 회사는 2026년 1월 2일 건물·설비 구축에 4,273억 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으며, 향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추가 투자가 발생할 수 있다. 당초 일정은 2026년 7월 착공, 2029년 3월 가동이었지만, 보고서는 9월 15일 기준 실제 착공 여부와 전력계통영향평가 승인 결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계획된 일정과 확인된 진행 상황을 분리해서 읽어야 하는 대목이다.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은 네 사업의 투자 규모를 단순 비교하는 데도 선을 그었다. 사업 유형과 투자비에 포함된 항목이 다르고, 발표된 전력 용량 역시 수전·공급 용량 등 기준이 달라 합산하지 않았다. 이번 분석은 국내 AI 데이터센터 전체를 전수조사하거나 대표 표본을 선정한 결과가 아니라, 공개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네 프로젝트의 준비 상태와 손익분기 조건을 비교한 것이다.
수익성 분석의 핵심은 ‘운영 손익분기’의 정의다. 보고서는 운영비와 차입금 이자를 충당하는 수준을 운영 손익분기로 규정했다. 감가상각비를 반영하는 회계상 손익분기나 초기 투자금을 모두 되찾는 투자비 회수 기간과는 다르다. 같은 손익분기라는 표현을 쓰더라도 비용의 범위가 다르면 필요한 가동률과 달성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시설의 사례도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LS증권은 2025년 7월 과천IDC의 손익분기 달성에 필요한 연평균 가동률을 약 25%로 추정했다. 이는 감가상각비 증가와 차입 이자 부담 등을 반영한 추정치로, 실제 달성 여부를 뜻하지 않으며 다른 AI 데이터센터에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시설별 투자비와 계약 조건을 따로 살펴야 한다.
임대 계약과 매출 발생 사이의 시차도 변수다. 맥쿼리인프라의 2026년 1분기 IR 자료에 따르면 하남IDC는 목표 IT부하 25.44MW의 99%에 해당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목표 IT부하 전체에서 약정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은 2027년 중순으로 예상됐다. 계약 체결률이 높아도 실제 입주와 임대료 수취까지 시간이 필요하며, 수익 발생 시점이 곧 손익분기 달성 시점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금 조달은 AI 인프라 사업의 지속 여부를 가르는 또 다른 조건이다. 보고서에 인용된 수도권의 한 개발사업은 한전과 20MW 전기사용계약을 맺고도 토지 잔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고, 채권단의 조기 상환 요구를 받았다. 반면 핵심 임차기업을 공개하지 않은 용인 덕성리 AI 데이터센터는 총사업비 약 1조 4,000억 원 가운데 7,100억 원 규모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2026년 4월 조달했다. 전력 계약이나 임차인 공개 여부만으로 금융 조달의 성패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례다.
보고서를 발행한 비트플래닛은 비트코인(BTC)을 재무자산으로 보유하고 디지털자산 및 AI·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상장사로, 주제 선정과 해석에 이해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고 고지했다. 이번 분석은 발행기관이 참여하지 않은 제3자 프로젝트 4건을 대상으로 하며 자체 사업이나 지표는 포함하지 않았다. 외부 사례의 수치와 전망 역시 발행기관 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근거와는 무관하다고 명시했다.
결국 국내 AI 데이터센터의 수익성을 가늠할 핵심은 발표된 전력 용량보다 계약이 실제 현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조건이다.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은 임대료 단가와 임차율, 자금 조달 조건이 손익분기 시점을 결정하며, 선임차 계약이 있어도 입주와 임대료 수취가 늦어지면 초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인프라의 사업성을 구체적으로 평가하려면 실제 임대 조건과 가동 이후 수입·비용 데이터의 공개가 뒤따라야 한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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