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 긴축과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했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의 리서치에 따르면 보고서 집계 기간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은 각각 5.66%, 6.79% 상승했다. 금리 인상에 대한 사전 반영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유입 전환이 반등 배경으로 제시됐다. 다만 변동성 확대와 자산별 자금 흐름의 차이는 시장 전반의 회복을 판단할 때 함께 살펴야 할 변수다.
보고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고 전했다. 점도표에서는 위원 18명 가운데 16명이 연내 최소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일본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린 것으로 소개됐다. 주요국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위험자산에는 자금 조달 비용과 할인율 상승에 따른 부담이 가중됐다.
전통 금융시장의 흐름은 엇갈렸다.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1.7%, 0.1% 하락했지만, 나스닥지수는 주 후반 대형 기술주와 헬스케어주 반등에 힘입어 0.70%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00%를 돌파했고 2년물 금리는 4.76%로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중동 긴장으로 배럴당 106달러를 웃돌았다가 주말 무렵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소비와 고용은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에 제시된 미국의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2% 증가해 예상치인 0.7%를 웃돌았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6,000건으로 감소했다. 강한 경제 지표는 추가 긴축의 근거가 되지만,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연착륙 기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도 해석됐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가격과 거래 활동이 함께 회복됐다. 보고서의 가격지수와 거래량지수는 각각 5.38%, 12.18% 상승했으며 변동성지수는 142.03% 뛰었다. 알트코인 가운데 니어(NEAR)는 81.1%, 아발란체(AVAX)는 55.2% 올랐고 유니스왑(UNI)도 상승 흐름에 동참했다. 가격 상승과 동시에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에서 이번 반등을 곧바로 안정적인 추세 전환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이 제시한 ETF 자금 흐름을 보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전주 4억6,300만 달러 순유출에서 6,000만 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반면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는 1억4,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비트코인 ETF 수급 개선이 하방을 지지했다는 해석은 가능하지만, 기관 자금이 가상자산 전반으로 고르게 유입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흐름이다.
온체인 지표에서도 서로 다른 신호가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빈후드 체인의 일일 수수료 수익은 최고점인 2,510만 달러에서 470만 달러로 약 81% 감소했고, 일일 거래량도 65% 줄었다. 반면 총예치자산(TVL)은 14억2,000만 달러에서 16억 달러로 12.7% 증가했다. 예치 규모 확대와 실제 거래 활동의 회복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규제 환경에서는 입법 지연과 행정기관의 제도 정비가 병행됐다. 보고서는 상원에서 ‘클래리티(CLARITY) 법안’의 안건 상정이 부결됐다고 전했다. 법안 처리가 정체된 가운데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가상자산 규제 제안서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제출하고, 지갑 인터페이스 등 수동적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에 대한 조치 유예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소개됐다. 보고서는 이번 부결을 산업 자체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 정치적·행정적 갈등에 따른 입법 지연으로 해석했다.
토큰화와 과세에 관한 정책 변화도 다뤄졌다. 보고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요건을 충족한 토큰화 증권 거래소에 5년간 조건부 등록 면제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시장조성자(AMM)와 유동성 풀을 활용한 토큰화 주식 거래의 제도적 기반과 관련된 조치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에서는 소액 네트워크 수수료 면제, 워시세일 규제, 채굴·스테이킹 관련 규정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과세 법안이 발의됐다고 전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토큰화 금에 별도 규제 체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제시됐다.
기업들은 결제와 자산 보관 인프라 확충을 추진했다. 써클은 유에스디코인(USDC)을 가스비로 사용하는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호환 레이어1 블록체인 ‘아크(Arc)’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블랙록, 마스터카드, 비자, 스탠다드차타드 등 10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며, 20개가 넘는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을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도이치방크는 2026년 말까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유에스디코인, 유로코인(EURC) 등을 지원하는 유럽 규제 준수 수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요 블록체인의 기술 일정도 제시됐다. 비트코인 코어 32.0은 최종 테스트 단계에서 10월 10일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더리움 개발진은 ‘글램스터담(Glamsterdam)’의 세폴리아 테스트넷 일정을 10월 6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캐시(ZEC)는 블록 생성 시간을 75초에서 25초로 단축하는 NU7 업그레이드를 11월 5일 목표로 추진한다. 모두 보고서에 제시된 예정 일정으로, 실제 적용 여부와 성과는 후속 확인이 필요하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의 리서치는 이번 가상자산 반등의 배경으로 ‘불확실성 해소’와 기관 수급의 변화를 짚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발표 전 90% 이상 반영된 상황에서 결정이 확정되자 숏 포지션 청산과 기술적 반등이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순유입 전환과 견조한 미국 경제도 회복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향후 반등의 지속성을 가늠하려면 ETF 자금 유입이 이어지는지, 이더리움 수급과 온체인 활동이 함께 개선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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