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에서 알트코인 매도 압력이 커지고 현물 ETF 자금 유입이 둔화하면서 수급 부담이 드러났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의 리서치에 따르면, 시장 조정 직전 알트코인의 거래소 입금량이 급증한 가운데 미국 비트코인(BTC) 현물 ETF 순유입 규모가 크게 줄고 이더리움(ETH) 현물 ETF는 순유출로 전환했다. 미국 고용 지표 둔화로 금리 부담이 일부 완화됐지만, 가상자산 시장으로 향하는 투자자금의 흐름은 약해졌다.
보고서가 집계한 주간 미국 비트코인(BTC) 현물 ETF 순유입액은 2억 4,100만 달러로, 전주 24억 달러보다 약 9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ETH) 현물 ETF는 전주 6억 9,000만 달러 순유입에서 1억 3,800만 달러 순유출로 돌아섰다. 비트코인은 자금 유입을 유지했으나 규모가 축소됐고, 이더리움에서는 자금 이탈이 나타나 두 자산의 수급 여건에 차이가 났다.
알트코인의 거래소 입금 증가도 가상자산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조정에 앞서 나타난 입금 급증을 차익 실현 물량 출회와 연결해 분석했다. 현물 ETF를 통한 매수자금 유입 둔화와 거래소로 이동한 매도 대기 물량이 맞물리면서 단기 수급의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고용 둔화와 기업 실적 우려가 교차했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은 10월 초 미국 증시가 금리 부담과 실적 전망 악화로 압박받다가 고용 지표 발표 이후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제시된 주간 등락률은 나스닥이 0.5% 상승한 반면, S&P 500과 다우존스는 각각 0.3%, 1.3% 하락했다.
보고서는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즉각적인 금리 인상 우려가 줄어든 점을 반등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 국채 금리도 다년 최고치 수준에서 내려와 자산 가격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었다. 엔비디아·테슬라·마이크론·브로드컴 등 대형 성장주가 증시를 견인했지만, 나이키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보수적인 매출 전망은 전통 우량주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전통 산업과 소비재, 헬스케어 업종도 약세를 보였다.
가상자산 시장의 단기 수급 악화 속에서도 금융권의 사업 기반 확대는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스테이블코인과 탈중앙화 금융(DeFi)을 시험하기 위한 ‘디지털 자산 랩’을 설립했다. 기관의 기술 검증과 서비스 준비가 진행되는 한편, 감독당국은 거래와 자산 보관을 둘러싼 규율 정비에 나섰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예측시장의 이벤트 계약을 스왑으로 정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주법과의 충돌 및 규제 불확실성이 제기됐다고 짚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자문사와 펀드를 대상으로 760페이지 분량의 가상자산 커스터디 규정안을 발표한 것으로 소개됐다. 뉴욕주 금융서비스청과 와이오밍주 은행국은 가상자산 기업 관련 정보 공유와 합동 검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영국과 한국의 제도 정비도 주요 변화로 다뤄졌다. 보고서는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신규 가상자산 규제에 따른 라이선스 신청 접수를 시작했으며, 기존 자금세탁방지(AML) 등록 기업에도 2027년 2월 28일까지 재신청하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국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 제도 정비 내용으로는 주식·채권·펀드를 포괄하는 규율,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자본금·인력 요건, 일반 투자자의 장외거래 연간 구매 한도 1억 원 등이 제시됐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의 이번 리서치는 가상자산 시장의 자금 흐름과 제도권 편입이 서로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금융기관의 참여 확대와 규제 정비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현물 ETF 유입 둔화와 알트코인 차익 실현은 단기 부담으로 남았다. 향후 시장 흐름을 판단하려면 금리 여건 개선과 함께 실제 투자자금의 유입 회복 여부를 살펴야 한다.

이도현 기자
댓글0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