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항 부담을 아시아가 더 져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비비안 발라크리슈난(Vivian Balakrishnan)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해협 통제권 문제는 에너지 수송 부담을 넘어 국제 항행의 자유와 국제법에 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밀켄연구소(Milken Institute) 아시아 서밋에서 CNBC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CNBC는 아시아 경제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에너지의 주요 고객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에너지를 수입하는 아시아 경제권이 해협을 열어두는 부담을 더 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이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해협 문제를 누가 석유를 사는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싱가포르에 항행의 자유는 “협상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유엔해양법협약에 규정된 통과통항권과 항행의 자유를 근거로 들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이 사안이 싱가포르의 생존과 국제법에 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수송의 이해관계와 별개로 국제 해협의 항행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에 대한 통제를 넓히려는 움직임도 통행료 수입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선박에 요금을 부과하면 어떤 배가 통과할지 결정할 권한까지 주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이란이 그런 권한을 확보할 경우 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권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의 통행료 부과 시도가 선박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다.
그는 미국이나 걸프 국가들이 이란에 그런 통제권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긴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몇 달간 밀고 당기는 상황이 많을 것”이라면서 빠른 외교적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은 에너지 수송뿐 아니라 물가와 산업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호르무즈 통항 차질이 에너지·물가와 산업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싱가포르가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을 택하지 않고 자국의 장기 이익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입장도 유지해 왔다. 싱가포르는 말라카 해협의 항행 자유를 지지하며, 해협을 폐쇄하거나 선박을 차단하고 통행료를 부과하는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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