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7월 말 기록적인 급락과 급반등을 한꺼번에 겪은 뒤 8월 들어 미국 통화정책 변수와 인공지능 관련 기업 실적을 확인하며 방향을 다시 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7월 31일 6,595.45로 거래를 마치며 한 주 전보다 95.17포인트, 1.42%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내렸지만 흐름은 단순한 약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 초반에는 뚜렷한 악재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7월 28일 10.84%, 29일 5.98%, 30일 1.23% 연속으로 밀렸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는 6,000선 아래로 내려갔고 한때 5,500선까지 후퇴했다. 코스닥도 28일 7.72%, 29일 6.12%, 30일 2.7% 하락하며 700선을 내줬다. 특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8% 이상 급락 시 20분간 거래를 멈추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함께 발동할 만큼 충격이 컸다.
다만 주 후반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업종을 둘러싼 공포가 빠르게 완화되며 시장이 급반전했다.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자,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업무보조 서비스인 365 코파일럿 이용자 증가, 아마존 클라우드 부문의 37% 매출 성장도 같은 흐름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섰던 해외 헤지펀드의 포지션 정리 소식까지 전해지며 단기 저점 인식이 퍼졌다. 그 결과 3거래일 동안 27.2% 빠졌던 SK하이닉스는 7월 31일 29.95% 급등해 상한가인 171만8천원에 마감했고, 삼성전자도 같은 날 26.81% 올랐다. 코스피는 하루에만 1,001.89포인트, 17.91% 뛰어 6,595.45로 마감해 역대 최대 상승폭과 상승률을 동시에 새로 썼고, 코스닥도 11.63% 오른 719.76으로 700선을 회복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의 움직임이 시장 반전을 이끌었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5조4천503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5조3천909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주간 전체로는 625억원 순매도였지만, 마지막 거래일 하루에만 7조2천410억원을 순매수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다만 투자심리가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장중 93.27까지 치솟은 뒤 다소 내려왔지만 주말 종가가 84.3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7월 31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단일 종목을 대상으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거래 규제를 강화한 점도 단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본예탁금은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올라갔고, 예탁금 계산 때 시가의 70%까지 인정되던 주식·상장지수펀드·채권 등 대용증권도 제외됐다.
해외 시장은 기술주 전반에는 우호적이었지만 반도체 업종은 다소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3%,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0.70%, 나스닥 종합지수는 1.00% 올랐다. 아마존은 15.32% 급등했고, 전날 15% 넘게 뛴 마이크로소프트도 3.02% 추가 상승했다. 반면 애플은 하반기 판매 전망 조정과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망 부담 우려로 7.35%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2.93% 올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일본 키옥시아의 부진한 실적과 미국 국채금리 상승, 차익실현 매물이 겹치며 마이크론과 샌디스크는 약세를 보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애플이 3분기에도 디램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들어 반도체 업황 자체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지수 상장지수펀드는 2.55% 하락했고 코스피200 야간선물도 5.07% 급락해, 국내 증시가 단기 급등 이후 다시 변동성 시험대에 놓였음을 보여줬다.
이번 주 시장의 관심은 미국 경제지표와 인공지능 관련 기업 실적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3일 미국 7월 공급관리협회 제조업지수, 4일 미국 6월 구인·이직보고서와 한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 5일 미국 7월 에이디피 민간고용과 공급관리협회 서비스업지수, 7일 미국 7월 비농업취업자수와 실업률, 시간당 평균임금 등이 줄줄이 발표된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경로, 다시 말해 추가 긴축 우려가 남아 있는지 판단하는 재료가 된다. 동시에 AMD, 팔란티어, 아리스타 네트웍스, 웨스턴디지털, 샌디스크 등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어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반도체 전반으로 확산될지 가늠하게 된다. 이미 시장금리가 긴축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앞으로는 통화정책 불확실성보다 반도체 실적 신뢰 회복과 변동성 완화가 국내 증시의 다음 흐름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