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유가 급락 직후 미국 석유회사들에 휘발유 가격을 즉시 낮추라고 요구하며 셰브론(Chevron·CVX) 최고경영자를 직접 겨냥했다. 원유 선물은 하루 만에 5% 넘게 내렸지만 미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 선에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미국 현지시간)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석유회사들, 가격을 낮춰라”고 적었다. OilPrice.com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워스(Mike Wirth) 셰브론 최고경영자를 거론하며 베네수엘라 사업 재개 과정에서 현 행정부의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뒤 나왔다. 마켓워치는 팩트셋(FactSet) 자료를 토대로 3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이 6.9% 내린 배럴당 78.85달러(약 11만3600원), 브렌트유 10월물이 5.7% 하락한 배럴당 82.91달러(약 11만9500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4일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8월 3일 기준 미국 보통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950달러(약 5900원)였다. 전날의 4.0960달러와 거의 같았으며 한 달 전 3.8230달러(약 5510원), 1년 전 3.1500달러(약 4540원)보다 높았다.
원유 선물 가격 하락이 주유소 판매가격에 즉시 같은 폭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휘발유 소매가격에는 원유 가격뿐 아니라 정제 마진과 재고, 운송비, 세금, 지역별 수급, 주유소의 기존 매입 단가가 함께 반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대형 석유회사들이 원유 가격 하락분을 휘발유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며 법무부에 조사를 지시했다. 본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휘발유 가격 인하 요구와 원유·소매가격 간 시차를 보도한 바 있다.
셰브론이 이번 발언의 표적이 된 배경에는 베네수엘라 원유 사업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셰브론이 베네수엘라에서 더 강한 위치로 돌아왔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사업 확대가 미국 휘발유 가격을 단기간에 낮출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장 반응은 원유와 주식시장에서 엇갈렸다. AP통신은 유가 하락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낮추면서 3일 오전 미국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탰다고 전했다. 항공주와 여행 관련주는 연료비 부담 완화 기대를 받은 반면 에너지주는 원유 가격 하락의 압력을 받았다.
유가는 물가와 금리 기대를 통해 위험자산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시경제 변수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가격에 대한 이번 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