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일 미국 반도체주 약세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장중 4% 넘게 밀렸고, 최근 회복하던 국내 증시가 다시 반도체 투자심리 위축에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81% 내린 6,478.75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워 한때 6,238선까지 떨어지며 5.46% 하락률을 기록했다. 오전 10시 18분에는 급격한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돼 5분간 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됐다. 한국거래소의 사이드카는 선물시장 급변에 따라 현물시장의 과도한 쏠림을 잠시 완화하는 장치다. 오후 1시 45분 기준 코스피는 299.47포인트, 4.54% 내린 6,298.79를 나타냈다. 지난 2거래일 동안 쌓였던 상승분을 사실상 대부분 되돌린 셈이다.
이번 약세는 국내 요인만으로 설명되기보다는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주 조정이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제프 딘 수석과학자 퇴사 소식 등의 여파로 4.06% 내렸고, 에이엠디는 향후 매출 전망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 속에 7.04%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40% 밀렸다. 메모리 업체 샌디스크 역시 정규장에서 5.4% 하락한 데 이어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7%대 약세를 보였다. 중동 정세가 다소 진정되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시장은 지정학적 완화보다 반도체 업종 실적과 수급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대형주의 충격이 특히 컸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는 6%, 에스케이하이닉스는 10% 내리는 중이었다. 에스케이하이닉스의 경우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도 투자자 불안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됐다. 자회사 상장이 현실화하면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전날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솔리다임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 보완 대책 이후 극단적 변동성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한 차례 크게 꺾인 반도체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급과 심리의 취약성이 이번 하락을 키웠다고 진단한다. 이병건 디비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주요 빅테크와 반도체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시장에서 순매도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가 나타나 반도체 매도 물량을 받아낼 만한 매수 주체가 약했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샌디스크와 웨스턴디지털 등 주요 메모리 기업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심리 위축이 이어지고 있고, 대형주의 주주환원 기대 약화도 지수 하락 배경이라고 짚었다. 반면 코스닥은 혼조세 끝에 상승 전환해 1%대 오름세를 보이며 5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가권지수 하락률이 각각 0.97%, 0.46% 수준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이날 국내 유가증권시장 약세는 아시아 주요 시장과 비교해도 유독 두드러졌다.
시장 안팎에서는 외국인의 선물·옵션 포지션과 최근 현물 매도세를 근거로, 국내 선물·옵션 만기일인 13일까지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반도체 기업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지만, 최근 시장은 금리 같은 거시 변수보다 개별 기업 뉴스와 수급 변화에 더 민감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반도체 업종 실적 점검과 외국인 수급 방향이 확인되기 전까지 국내 증시의 불안정한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