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주식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이 세계 주식의 약 55% 수준으로 낮아졌다. 미국 주식과 비교한 별도 자료에서도 약 58% 수준으로 나타났다.
7월 31일 MSCI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 지수의 선행 P/E는 10.35배로 MSCI 월드 지수의 18.76배보다 낮았다. 신흥시장 지수의 선행 P/E는 MSCI 월드의 약 55%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V)도 신흥시장은 2.45배, MSCI 월드는 4.13배로 차이가 났다. 같은 날 기준 현재 P/E는 신흥시장 17.72배, MSCI 월드 24.25배였다.
선행 P/E는 향후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주가가 이익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수치가 낮을수록 예상 이익 대비 주가가 낮다는 뜻이지만, 이익 전망이 하향되면 P/E도 달라질 수 있다.
◇ 미국과 벌어진 밸류에이션 격차
도지앤콕스(Dodge & Cox)는 7월 자료에서 신흥시장 주식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선행 P/E를 각각 11.7배와 20.2배로 제시했다. 이 기준에서도 신흥시장 주식은 미국 주식의 약 58% 수준에서 거래됐다.
도지앤콕스는 신흥시장과 선진시장 간 상대 밸류에이션이 2003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의 월간 관측치 가운데 하위 5퍼센타일에 있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도 할인 폭이 큰 구간이라는 의미다.
격차 해소의 첫 번째 조건은 달러 흐름이다. 인베스코(Invesco)는 2월 공개한 신흥시장 분석 자료에서 달러 약세가 수년에 걸쳐 이어질 경우 신흥국 주식과 채권의 상대 성과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가 약해지면 달러 표시 부채의 상환 부담이 줄고 신흥국 통화와 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반대로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은 신흥국 통화와 주식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실적도 재평가의 전제다.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는 2026년 1분기 신흥시장 전망 자료에서 신흥국 주식이 2025년 33.6% 상승해 S&P500의 17%와 MSCI 월드의 21%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같은 자료에서 2026년 신흥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낮은 밸류에이션이 실제 재평가로 이어지려면 이 같은 이익 증가 전망이 실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 한국·대만 AI 공급망의 양면성
한국 투자자에게는 신흥시장 전체보다 한국과 대만의 AI 반도체 공급망 비중이 직접적인 변수다. MSCI 신흥시장 지수 상위 구성 종목에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포함돼 있다.
도지앤콕스는 신흥국 기업이 AI 인프라의 반도체와 메모리, 파운드리 공급망에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특정 국가와 업종에 대한 집중은 AI 설비투자 전망이 흔들릴 때 지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본지도 앞서 AI 관련 주식의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기술 발전이 이어지더라도 관련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신중론도 나왔다. HSBC는 7월 8일 아시아 시장의 변동성과 AI 지출 둔화 우려를 이유로 신흥국 주식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철회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같은 보도에서 MSCI 신흥 아시아 주식 지수는 2% 넘게 하락했고 코스피는 하루 5.35% 떨어졌다. 신흥국 주식은 미국·선진국보다 낮은 멀티플에 거래되고 있지만, 할인 폭의 축소 여부는 달러와 미국 금리, AI 설비투자, 한국·대만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