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확인된 불법 가상자산 거래 71억 달러(약 10조원) 가운데 64억 달러(약 9조원)가 환치기와 연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 가상자산으로 바꾼 자금을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현금화하는 방식이 불법 외환거래의 주요 통로로 이용된 것이다.
크리스탈 인텔리전스(Crystal Intelligence)는 2026년 한국 리스크 보고서에서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한국에서 확인된 불법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71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64억 달러가 환치기와 관련됐다고 밝혔다. 환치기는 은행의 정식 외환송금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외와 국내에서 돈과 가상자산을 맞교환한 뒤 원화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해외 공모자가 자금을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바꾸면 국내 환전상이나 불법 취급업자가 이를 받아 거래소에서 원화로 현금화한다. 이후 국내 수령인의 계좌로 돈을 보내는 구조다. 국내 거래소 매도와 원화 입금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경을 넘는 자금 이동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25년 12월 보도자료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합법 영업할 수 있는 신고 가상자산사업자가 27곳이라고 밝혔다. 두 기관은 텔레그램과 오픈채팅방, 유튜브, 소셜미디어에서 스테이블코인 교환이나 장외거래를 알선하는 불법 취급업자가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공모자로부터 테더(USDT)를 받아 국내 거래소에서 현금화한 뒤 국내 수령인에게 지급하다 관세청에 적발된 사례도 공개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 적발액은 13조73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적발 건수는 186건이었다. 관세청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조직적 환치기와 재산국외도피를 초국가범죄 자금 이동 문제로 보고 있다.
당국은 의심거래보고(STR)와 실명계좌,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를 통해 불법 거래를 추적하고 있다. STR은 금융거래가 불법재산과 관련됐다고 의심할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 금융회사가 당국에 보고하는 제도다. 그러나 환치기는 해외 지갑과 장외거래, 메신저 모집, 국내 현금화 단계를 나눠 진행하며, 크리스탈 인텔리전스는 2026년 한국 리스크 보고서에서 여러 블록체인을 함께 추적하는 역량이 없으면 거래를 탐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관세청이 2026년 2월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는 체이널리시스 코리아(Chainalysis Korea)와 오픈블록체인·DID협회 관계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세미나에서는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를 감시할 구체적인 체계와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다만 64억 달러와 13조7368억원은 기준과 범위가 다른 통계다. 64억 달러는 민간 블록체인 포렌식 보고서가 분류한 환치기 연결 거래 규모이고, 13조7368억원은 관세청이 적발한 가상자산 이용 불법 외환거래 규모여서 단순 합산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