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2026년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두고,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 방향은 유지하되 기준과 예외 요건은 더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주문이 학계에서 나왔다. 세 부담을 높이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대가 일부 있었지만, 현행 안이 고가 주택의 기준선 설정,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다주택자 과세 방식의 일관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됐다.
1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연 ‘2026년 세제개편안 정책토론회’에서는 특히 정부가 고가 주택으로 보는 기준이 적정한지에 관심이 모였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이번 개편안이 1주택 실거주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는 부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세 부담을 키우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세 수입 여건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를 큰 폭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삼는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더 높게 잡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직장 이전이나 질병 같은 부득이한 사유로 실제 거주를 못 한 경우에 적용하는 비거주 특례도 지금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을 놓고도 보완 요구가 나왔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집을 오래 보유하거나 실제로 오래 거주한 사람에게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인데, 정부는 이 가운데 보유 기간에 따른 혜택을 없애고 거주 기간 중심으로 손질하는 방안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거주를 불가피하게 인정하는 기간을 현행보다 넓혀 3년에서 5년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감안하면 10억원으로 설정된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도 상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 보유 과정에서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으로 불어난 명목상 이익까지 과도하게 과세하지 않도록, 정부안인 ‘거주 기간 최대 80% 공제’ 대신 ‘거주 60%·보유 20%’처럼 보유 혜택을 일부 남기는 절충안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과세 체계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정부는 주택 수보다 주택 가액을 중심으로 과세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다주택자에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양도소득세에는 여전히 주택 수 기준을 상당 부분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중교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안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고, 세목 사이의 정합성을 위해 양도세 역시 주택 수가 아니라 가액 기준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부동산연구팀장도 다주택자에 대한 차등 적용이 남아 있다면, 주택 수 과세를 없애겠다는 정책 취지가 다른 방식으로 되살아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세제 개편이 시장에 미칠 효과를 두고는 전망이 갈렸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이른바 상급지로 수요가 몰리는 흐름을 누그러뜨려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강성훈 한양대 교수는 세금 부담이 전·월세 가격으로 옮겨붙는 조세 전가 가능성을 거론하며 임차시장 불안을 우려했다. 초고가 주택 규제를 피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매도 경로를 열어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시 조치가 끝난 뒤 거래가 급감하는 이른바 거래절벽 가능성에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조세정책은 공급 확대 정책과 함께 가야 효과가 난다는 뜻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부동산 외에도 금융·상속 세제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오종문 동국대 교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같은 절세 상품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 승계와 관련해서는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기간이 10년으로 길어진 데 대한 부담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 측에서는 김병철 재정경제부 조세총괄정책관이 참석해, ISA와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 제도 등은 입법예고 기간에 의견을 더 수렴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세제의 비거주 요건은 시행령에 위임된 사안인 만큼,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회 논의와 시행령 조정 과정에서 세 부담의 강도보다 제도의 정교함과 시장 부작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