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월터(Mark Walter) 구겐하임파트너스(Guggenheim Partners) 최고경영자가 지배하는 보험사들이 200억 달러(약 28조2800억원) 규모의 대출·투자를 특수관계 거래로 다시 분류했다. 미국 사모대출 시장에서 보험사 자금의 공시와 이해상충 문제가 조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블룸버그는 델라웨어라이프(Delaware Life)와 클리어스프링라이프앤드애뉴이티(Clear Spring Life and Annuity)가 지난 2월 맨해튼 연방검찰의 대배심 소환장을 받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병행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월터가 TWG글로벌(TWG Global)을 통해 지배하는 보험사다. 회사 측은 6월 26일 규제 공시에서 일부 사모대출 투자와 관련해 특수관계 식별·표시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쟁점은 보험사가 보유한 사모대출 자금이 월터가 지배하거나 관련된 다른 사업으로 흘러갔는지, 또 그 거래가 규정에 맞게 표시됐는지다. 델라웨어라이프는 지난해 말 기준 특수관계 투자 규모를 기존 14억 달러(약 1조9796억원), 투자자산의 3% 수준으로 보고했다. 재분류 뒤 금액은 최소 170억 달러(약 24조380억원), 투자자산의 39% 이상으로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WSJ)은 검찰과 SEC가 월터 또는 그의 회사들이 보험사 차입 과정에서 금융 연결 관계를 숨겨 사기 혐의가 성립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보험사가 대출한 자금과 월터가 지배하는 사업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한 네 개 법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월터나 관련 회사가 기소됐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TWG글로벌은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그룹1001(Group 1001)은 블룸버그에 “자본 포지션과 유동성은 강하며 재무건전성 등급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관련 공시 이후 델라웨어라이프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고 A- 등급은 유지했다.
TWG글로벌은 델라웨어라이프로부터 최대 65억 달러(약 9조1910억원) 규모의 특수관계 자산을 사들이고, 같은 규모의 비특수관계 투자 자산을 넘기기로 했다. 클리어스프링라이프앤드애뉴이티도 별도로 특수관계 거래를 9000만 달러(약 1273억원) 줄였다. 이는 재분류된 200억 달러 규모 익스포저 일부를 되돌리는 조치다.
보험사는 특수관계자와 거래할 수 있지만, 이런 거래는 감독당국에 제대로 공개되고 표시돼야 한다. 보험계약자의 장기 보험료와 연금 자금이 지배주주 관련 사업에 집중되면 손실 발생 때 계약자 보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관계 거래 자체보다 식별과 공시가 이번 조사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번 사안은 보험사 자금과 사모대출을 결합한 월가의 투자 구조를 겨냥한다. 생명보험사는 장기 보험료와 연금 자금을 운용해 장래 지급 의무를 맞춘다. 월터는 보험사를 인수한 뒤 장기 자금을 비상장 대출과 비유동성 자산에 배분하는 전략을 일찍 활용한 인물로 꼽힌다.
아폴로(Apollo), KKR, 브룩필드(Brookfield) 등 대형 운용사도 보험 사업을 키워 왔다. 사모자본 운용사가 관리하는 보험 자산은 1조 달러(약 1414조원)를 넘었다. 장기 보험 자금이 고수익 비유동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수익률은 높일 수 있지만, 평가와 유동성 관리가 더 어려워지는 구조다.
사모대출은 공개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보다 가격 산정과 유동성 확인이 어렵다. 대출 조건과 차주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와 감독당국이 위험을 같은 속도로 파악하기 어렵다. 보험사 자금이 특수관계 대출에 집중됐을 경우 문제는 단순 투자 손실을 넘어 공시와 지배구조로 번질 수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 사안은 크립토 가격보다 비은행 신용의 투명성 문제로 읽힌다. 본지는 앞서 비은행 신용이 시장 충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번 조사는 보험 자금이 그 구조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 금융당국은 사모대출을 당장 시스템 위기로 단정하기보다 익스포저와 유동성 경로를 점검하는 쪽에 무게를 둬 왔다. 핵심은 대출 급증 자체보다 국경을 넘는 전이 경로와 투명성 문제였다.
이번 조사는 아직 진행 단계다. 확인된 내용은 2월 대배심 소환장, SEC의 병행 조사, 6월 26일 공시와 이후 자산 조정 계획이다. 조사 결과와 제재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