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 H.R.3633, 이른바 클래리티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뒤에도 상원 본회의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의회 입법이 늦어지는 사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해석지침과 정책성명으로 규제 공백을 메우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 의회 기록에 따르면 H.R.3633은 2025년 7월 17일 하원에서 294대 134로 통과됐고, 2025년 9월 18일 상원에 회부됐다. 상원 공식 클로처 기록에는 2026년 8월 8일 이 법안에 대한 절차 개시 동의가 올라와 있지만 표결 결과는 비어 있다.
이는 법안이 완전히 멈췄다는 뜻이라기보다 절차상 진행 중이되 본회의 결론이 미뤄진 상태에 가깝다. 본지는 앞서 상원 휴회 전 클래리티 법안의 표결 가능 시간이 72시간가량 남았다고 전했다.
클래리티 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증권과 상품의 틀 안에서 나누고, SEC와 CFTC의 감독 범위를 정리하는 시장구조 법안이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미국 거래소, 토큰 발행, 파생상품 규칙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관별 해석이 먼저 시장 실무를 좌우한다. 토큰 발행자는 증권성 판단 기준을, 거래소와 파생상품 사업자는 상품 규제와 거래 구조를 먼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SEC는 2026년 3월 17일 암호자산에 대한 연방 증권법 적용 기준을 정리한 해석지침을 냈다. 폴 앳킨스(Paul S. Atkins) SEC 의장은 같은 날 암호화폐 스타트업을 위한 스타트업 예외, 자금조달 예외, 투자계약 세이프하버 구상을 공개했다.
다만 이 구상은 확정 규칙이 아니라 향후 규칙 설계 방향이다. SEC는 2026년 7월 7일 규제 의제에서도 암호자산을 통한 자본조달 규칙과 토큰화 증권의 온체인 보관·거래 방식을 언급했다.
CFTC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CFTC는 2026년 3월 17일 SEC 해석에 맞춰 상품법 적용 기준을 정리했고, 5월 29일에는 퍼페추얼 계약에 관한 정책성명을 냈다.
이어 CFTC는 6월 12일 기존 디지털 상품 선물을 퍼페추얼 선물로 전환하는 데 대한 노액션 조치를 냈다. 7월 23일에는 24시간 7일 거래와 에너지 퍼페추얼 관련 의견수렴 기한을 8월 26일까지 연장했다.
퍼페추얼 계약은 만기가 없는 파생상품 구조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지만, 전통 파생상품 규제 안에서는 청산·증거금·시장감시 기준을 어떻게 둘지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입법 지연을 바라보는 업계와 정치권의 시각은 갈린다.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는 2026년 6월 2일 전직 국가안보·정보·법집행 인사 160명이 서명한 지지 서한을 공개했다.
Stand With Crypto도 200개 이상 조직과 함께 상원 지도부에 본회의 표결을 요구했다. 찬성 진영은 규제 권한을 분명히 해야 미국 내 혁신과 투자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진영은 윤리와 소비자 보호를 쟁점으로 삼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은 2026년 7월 22일 성명에서 최신 초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암호화폐 이해관계를 막지 못하고 투자자와 국가안보 보호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소비자단체들도 사기, 이해충돌, 금융안정 문제를 거론했다. 이들은 규제 명확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더라도, 감독 공백을 넓히는 방식의 입법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예측시장도 입법 성사를 확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폴리마켓(Polymarket)의 H.R.3633 관련 시장은 2026년 법제화 여부를 두고 2026년 8월 18일 한국시간 기준 ‘예’ 29%, ‘아니오’ 71%를 반영하고 있다.
이 수치는 실제 입법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상원 통과와 최종 법제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속도와 지속성의 차이다. 행정기관 지침은 법률보다 빠르게 나올 수 있지만, 행정부 기조가 바뀌면 다시 조정될 수 있다.
반대로 의회 법률은 느리지만 제도 안정성이 크다. 미국 암호화폐 규제는 당분간 상원 입법 절차와 SEC·CFTC의 세부 규칙이 나란히 움직이는 구조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