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안드리센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포트폴리오 기업 이사회 참여 구조를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로 벤처캐피털 업계의 이사회 관행이 반독점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의 핵심은 벤 호로위츠(Ben Horowitz) 안드리센호로위츠 공동창업자가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이사회에, 마틴 카사도(Martin Casado) 안드리센호로위츠 파트너가 파이브트랜(Fivetran) 이사회에 각각 참여한 구조다. 블룸버그는 법무부가 두 회사의 경쟁 관계와 이사회 겸직 문제를 약 1년간 조사해 왔다고 보도했다.
테크크런치는 21일 오전 9시53분(미 태평양시간, 한국시간 22일 오전 1시53분) 공개한 ‘에쿼티’ 팟캐스트에서 이 사안이 단순한 이사회 이해상충을 넘어 클레이턴법 8조의 적용 범위를 묻는 사건이라고 짚었다. 클레이턴법 8조는 경쟁 기업의 이사나 임원을 동시에 맡는 이른바 상호 겸직을 제한하는 미국 반독점법 조항이다.
데이터브릭스와 파이브트랜은 기업 데이터를 수집·정리·분석하는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사업을 한다. 두 회사가 처음부터 명확한 직접 경쟁사였는지는 별도 판단 대상이지만, 포트폴리오 기업이 성장하며 서로의 시장으로 들어가는 사례가 늘면서 이사회 좌석의 의미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안은 본지가 앞서 전한 안드리센호로위츠 파트너들의 이사회 겸직 조사의 후속 쟁점이다. 당시 조사 대상은 안드리센호로위츠 파트너들이 경쟁 관계로 볼 수 있는 두 회사 이사회에 각각 참여한 문제로 정리됐다.
벤처캐피털은 통상 투자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자문과 후속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초기에는 서로 다른 시장에 있던 포트폴리오 기업도 성장 과정에서 제품군을 넓히면 고객과 기능이 겹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사는 한 개인이 두 경쟁사 이사회에 동시에 앉은 전형적 사례와 다르다. 안드리센호로위츠의 서로 다른 파트너가 각기 다른 회사 이사회에 앉아 있는 구조를 투자사 차원의 상호 겸직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6년 1월 클레이턴법 8조 적용 기준을 갱신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간 이사회 겸직이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6년 기준 관련 기준액은 5440만2000달러(약 759억원)와 544만200달러(약 76억원)다.
법무부도 2023년 클레이턴법 8조 집행으로 최소 13명의 이사가 10개 이사회에서 물러났거나 겸직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기존 상호 겸직 집행 사례의 결과로, 이번 안드리센호로위츠 조사 결과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 당국 입장에서는 경쟁 기업 사이의 정보 흐름과 의사결정 독립성이 핵심이다. 한 투자사가 복수의 성장 기업에 깊이 관여하는 구조가 경쟁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따지는 셈이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사업 경계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단순한 이사회 참여만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기업 간 기능과 고객군이 겹친 뒤에도 같은 투자사가 양쪽 이사회에 영향력을 유지하면 이해상충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투자자와 스타트업 업계에도 시사점이 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거나 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때 이사회 참여 조건과 경쟁사 투자 여부가 실사 항목으로 더 엄격히 다뤄질 수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서 법무부와 데이터브릭스는 논평을 거부했다. 안드리센호로위츠와 파이브트랜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조사 처리 방향을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조사는 별도 조치 없이 끝날 가능성도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