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 통제 강화를 검토하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한층 더 직접적인 규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0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중국 상무부가 주도하는 규제 당국은 주요 인공지능 기업과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새 통제 방안을 논의해왔다. 방향은 분명하다. 자국의 첨단 기술, 핵심 데이터, 유망 스타트업이 서방 기업에 넘어가거나 해외에서 자유롭게 활용되는 범위를 좁히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 보호를 넘어, 인공지능을 국가안보와 전략산업의 핵심 자산으로 보는 중국의 판단이 반영된 조치로 읽힌다.
구체적으로는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즈푸 등과 함께 인공지능 모델 학습에 쓰이는 핵심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해외 이용자가 인공지능 모델의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체계)를 내려받는 문제는 일부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다만 해외 고객이 완성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는 계속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와 원천 기술은 묶되 서비스 수출은 이어가겠다는 구상으로, 통제와 산업 확장을 동시에 노리는 절충 성격이 짙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중국 인공지능 산업이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는 내부 자신감도 깔려 있다. 중국 스타트업 문샷이 최근 공개한 새 모델 ‘키미 K3’가 여러 성능 비교에서 미국 앤트로픽의 대표 모델 ‘오퍼스 4.8’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 점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지난 7일 중국 당국이 기본 오픈소스 모델은 단순 신고, 고급 기술은 보안 심사, 최첨단급 모델은 중국 내 전용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3단계 등급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독자 인공지능 기술 유출을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다루고,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 자격까지 제한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영역에서도 통제 범위는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상무부는 퀄컴과 티에스엠시 같은 해외 반도체 기업이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트댄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략적으로 중요한 인공지능 기술 기업의 해외 인수를 막는 장치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는 메타가 지난해 12월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마누스를 20억달러, 우리 돈 약 2조9천800억원에 인수했다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원상회복 명령으로 철회 절차를 밟고 있는 사례와 맞닿아 있다. 중국이 기존 제도에서 드러난 허점을 메우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내용이 중국의 ‘수출 금지·제한 기술 목록’ 개정안에 반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2025년 개정 때는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기술이 추가됐는데, 이번 개정은 최근 수년 사이 가장 큰 폭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아직 대부분은 논의 단계이며, 업계에서는 규제가 지나치게 강해질 경우 오히려 중국 내부의 인공지능 개발 속도와 해외 협력 기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중국이 핵심 기술은 더욱 단단히 묶고, 상업 서비스는 선별적으로 개방하는 이중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