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22일 중국의 국가안보 위험 기업이 만든 핵심 부품을 사용한 기기의 미국 내 판매를 막기로 하면서, 미·중 기술 갈등이 완제품을 넘어 부품 단계까지 더 깊게 확산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날 화웨이와 중싱통신(ZTE)처럼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위협 목록에 올린 중국 기업들의 핵심 하드웨어를 부품으로 쓴 기기에 대해 미국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의결했다. 그동안은 2022년부터 해당 기업이 직접 제조한 장비에 대해 신규 승인 제한이 적용됐지만, 이번에는 이들 기업의 기술이나 부품이 들어간 제품까지 규제 범위를 넓힌 것이다. 브렌던 카 FCC 위원장이 “부품 관련 허점을 완전히 차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정책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미국 당국이 보안 위험을 기기 겉모습이 아니라 내부 구성품 수준에서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화웨이 부품이 들어간 기기는 그동안 예외적으로 미국 시장 진입 승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새 규정은 화웨이가 만든 로직을 담은 하드웨어 부품까지 금지 대상으로 묶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던 크리스 맥과이어가 “오염된 부품, 특히 반도체나 통신 장치는 기기 전체를 오염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개별 부품 하나가 전체 통신망의 보안 취약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미국 측 인식을 반영한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이 중국 기술 장비를 통신 인프라와 연결된 안보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산 통신장비와 네트워크 장비, 드론, 라우터 등에 대해 단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왔다. 지난달 FCC는 일부 중국 제조업체의 장비를 추가로 금지했고,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드론 수입을 막는 방안도 제안했다. 앞서 외국산 드론과 라우터의 신규 모델 수입을 제한하고, 미국 통신사들이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되는 중국 통신사와 망을 직접 연동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전자·통신기기 공급망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정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대체 공급처를 찾아야 하고, 이에 따라 인증 절차와 원가 구조도 다시 짜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정부는 비용 증가보다 통신망 안전성과 기술 주권 확보를 더 우선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중국 기업이 참여한 반도체·통신 부품 전반으로 규제가 더 확대되고, 글로벌 정보통신기술 공급망의 블록화도 한층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