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2026 회계연도 4분기 실적 전망을 시장 기대보다 낮춰 잡으면서, 스마트폰 반도체 업계가 메모리 공급 부족과 비용 상승의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핵심은 실적 자체보다 앞으로의 수익성인데, 반도체를 만드는 전 과정에서 원가가 오르는 데다 주력 시장인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세도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CNBC 등에 따르면 퀄컴은 이날 실적 발표에서 9월 마감 4분기 조정 주당순이익을 2.05~2.25달러, 매출을 97억~105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전망 범위 상단을 기준으로 봐도 시장의 평균 예상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발표 직후 퀄컴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4% 하락했다. 3분기(6월 마감) 실적은 조정 주당순이익 2.21달러, 매출 99억5천만달러로 대체로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에 부합했지만, 시장은 과거 실적보다 다음 분기 수익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이번 전망 하향의 가장 큰 배경은 메모리 품귀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최근 인공지능 컴퓨터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고성능 메모리를 중심으로 공급이 빠듯해졌고, 그 여파가 스마트폰용 반도체 업체들까지 번지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는 웨이퍼 제조, 조립, 테스트, 첨단 패키징, 메모리 등 반도체 생산 전반의 투입비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퀄컴은 이런 부담을 일부 상쇄하기 위해 9월 1일부터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하는 자사 칩 가격을 두 자릿수 비율로 인상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다만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모두 반영하기는 쉽지 않아, 실제 이익 방어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구조적인 사업 환경 변화도 겹쳤다. 퀄컴은 올해 회계연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관련 매출이 약 20% 줄고, 이로 인해 주당순이익이 1.50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애플이 자사 기기에 들어가는 칩을 자체 설계 제품으로 더 빠르게 전환하면서 퀄컴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퀄컴은 반도체 생산을 대만 TSMC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TSMC 역시 여러 산업의 주문이 몰리며 공급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퀄컴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관련 매출은 3분기에 저점을 찍은 뒤 4분기부터 두 자릿수 순차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퀄컴은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자동차와 데이터센터를 새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회사는 자동차 부문에서 BMW와 디지털 콕핏 칩 공급 계약을 새로 맺었고, 2029년까지 자동차 매출 100억달러, 데이터센터 매출 15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비스마트폰 매출 비중도 올해 24%에서 내년 6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은 아직 이런 사업 다각화가 단기 실적 둔화를 충분히 메울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올해 퀄컴 주가는 데이터센터 사업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한 달 동안은 인공지능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따라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다른 반도체주와 함께 약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반도체 업계가 단순한 성장 기대보다 실제 수익성, 공급망 안정,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로 평가받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