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암호화폐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여전히 후한 평가를 줄 수 없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프랑크푸르트 한 마을회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한 돈을 60% 가까이 잃었다"며 "액수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이 항상 내 경고를 무시해왔는데, 이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눴을 때 마지못해 내가 옳았다는 것을 받아들이였다"고 덧붙였다.
ECB 총재는 두 아들을 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잃은 것이 어느 아들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오랫동안 암호화폐에 대해 "투기적이고 가치가 없다"며 범죄자들이 불법 행위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역임하며 ECB 새로운 총재로 내정됐던 지난 2019년 당시에는 암호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해왔지만 최근에는 회의적인 입장으로 바뀐 대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2017년 비트코인과 여러 암호화폐에 대해 "미래 금융 시스템에 유용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며 기술의 발전이 금융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해온 바 있다. 당시 그는 암호화폐에 대해 '혁신'이라고 정의내렸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점차적으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금세탁 등과 연루되는 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투기와 불법행위' 관련된 악용사례를 특히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암호화폐의 가치 자체에 의문을 표했다.
지난 20일에는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언급하며 "유럽에도 이에 준하는 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유럽식 SEC의 설립은 자본시장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각국 규제 통합으로 금융 프로세스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내외적으로 SEC가 징벌적 집행 조치 등을 이유로 비난 받는 것과 대조적인 평가다.
규제 관련해서는 글루벌 규제와 테러리스트 자금세탁을 가장 강조하며 "허점 보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 차원에서의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서는 자유라고 언급했지만 무역과 기업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투자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도 못박았다.
한편 이와 별개로 ECB는 유로 연동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요아킴 나겔 ECB 정책위원은 지난달 CBDC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알려진 직후 "향후 5년 이내 도·소매 분야에서 디지털 유로 결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