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공급망이 대대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잦은 혼란과 복잡성, 그리고 수요 변화에 대한 적시 대응 능력의 부재로 인해 기존 공급망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보다 탄력적이고 기민한 운영이 가능한 지능형 공급망, 즉 *AI 기반의 인지형 공급망(cognitive supply chain)*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은 여전히 단절된 시스템과 데이터 사일로로 인해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루 욘더(Blue Yonder)의 최고전략책임자 웨인 유지(Wayne Usie)는 “공급망 분야는 그 어떤 산업보다도 데이터와 프로세스가 통합되어야 함에도, 실제로는 가장 단절된 부문 중 하나”라며 “이제는 공급망 전반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원재료 이동과 재고 결정 등에 있어 최적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실리콘앵글(SiliconANGLE) 미디어의 더큐브(theCUBE)와의 인터뷰에서 AI가 구동하는 공급망의 미래를 집중 조명하며, 공급망 내 모든 의사결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 곧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지형 공급망은 단순 반복 업무 자동화를 넘어서, AI 에이전트가 전체 흐름을 ‘보고-이해하고-결정하고-행동’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따로 조율하거나, 물류만 따로 최적화하는 식의 국지적인 접근에 그쳤지만, 이제는 데이터 통합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고려하고 실시간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재고 배분(allocation)과 보충(replenishment)을 별도의 프로세스로 운영했지만, 인지형 시스템에서는 두 기능을 동시에 고려하며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제품군과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리테일 등 수요 변동이 잦은 산업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의 정확도와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웨인 유지는 “기술이 자율적으로 수요 신호를 해석하고, 공급 전략을 조절하며, 때로는 인공적인 개입 없이도 실행에 나설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제는 사람이 단순히 수치를 해석하는 수준이 아닌, 기술이 제시하는 솔루션을 실행할지를 결정하는 게 남은 과제”라고 부연했다.
그가 말한 대로, 공급망의 미래는 개별 부서나 기능의 최적화가 아니라, 공급과 수요, 물류와 계획을 하나의 인지형 흐름으로 묶는 데 있다. 이에 따라 AI는 단순 도구를 넘어 모든 연결고리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교차 최적화하는 ‘사고하는 에이전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인지형 공급망은 단순히 미래형 옵션이 아니라, 글로벌 복잡성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AI의 실시간 통찰력과 예측 기반 판단력이 통합되면서, 공급망은 이제 더 이상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수동적 시스템이 아닌, 위험을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율 시스템으로 빠르게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