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랙이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능을 대거 도입하며 업무용 협업 플랫폼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기능들은 업무 흐름에서 자주 발생하는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고, 대화 속 정보를 요약하는 등 기존 협업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세일즈포스가 지난 2021년 약 27조 원을 들여 슬랙을 인수한 이후 발표된 가장 야심 찬 기술 업데이트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과 구글 듀엣(Duet) 등 경쟁 플랫폼과의 정면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추가되는 기능은 슬랙의 '캔버스(Canvas)' 내 AI 기반 작성 도우미, 대화에서 맥락 기반으로 용어를 설명하는 컨텍스트 설명 지원, 회의 메모 자동 정리, 작업 항목 추출, 그리고 여러 업무 시스템을 통합한 기업용 검색 기능 등이다. 사용자는 별도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받아보고 필요한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모든 기능은 순차적으로 유료 플랜에 포함돼 제공되며, 대기업 고객은 프리미엄 기능까지 이용 가능하다.
슬랙 제품 부사장 샬리니 아가르왈은 벤처비트와의 인터뷰에서 "AI가 대화, 결정, 문서화가 이뤄지는 순간에 개입해 기존 AI 솔루션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자 경험을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슬랙 고유의 비정형 데이터가 AI의 문맥 인식 능력을 극대화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협업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5년까지 450억 달러(약 64조 8,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365 전반에 코파일럿을 통합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고, 구글도 워크스페이스 전 영역에 듀엣 AI를 탑재해 추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슬랙은 비형식 대화의 흐름을 중심으로 AI를 구성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슬랙은 지난 6개월 동안 내부적으로 AI 기능을 테스트한 결과, 직원들이 처리한 대화 수만 1만 8,000건을 넘었고, 이는 풀타임 직원 8명분에 해당하는 업무량을 절감한 성과라고 밝혔다. 오픈테이블(OpenTable)은 고객 문의의 73%를 AI가 자동 응대했고, 결제 솔루션 엔진(Engine)은 평균 응대 시간을 15% 단축시켜 연간 200만 달러(약 28억 8,000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기능 강화는 슬랙 플랫폼의 데이터 접근 정책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세일즈포스는 최근 정책을 수정하며 외부 AI 업체의 슬랙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고, 독자적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사용자의 대화 데이터를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에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면서, 자사 AI 기술 경쟁력을 직접 검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대화 데이터가 기업 내 지식의 축적으로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를 외부와 공유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이와 함께 세일즈포스는 연방정부 기관 등 공공 부문을 겨냥해 슬랙 요금제를 최대 90% 할인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이는 구글이 공공 시장을 대상으로 시작한 가격 경쟁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슬랙은 에이전트 포스(Agentforce)라는 AI 기반 디지털 동료 기능도 실험 중이다. 이 기능은 사용자 요청 없이도 CRM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채널에 정보를 게시하거나, 신입 직원을 지원하는 등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세일즈포스는 자사 세일즈 팀이 이 AI를 통해 연간 6만 6,000시간의 업무 시간을 절감했다고 주장한다.
슬랙의 강화된 AI 전략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방위 오피스 통합 전략과 구글의 검색 전문성을 뚫고 기업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대화 중심의 협업 플랫폼으로서 슬랙이 가진 문맥 기반 AI 응답 능력은 여전히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주요 기업 고객층으로 확산시킬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