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상가 같은 부동산에 암호화폐 기술로 투자한다면 어떨까? 현실화가 머지않다.
토큰증권(STO, Security Token Offering)이 법제화를 앞두면서 부동산이나 비상장 벤처 기업 투자 영역에서 암호화폐 기술이 입지를 넓히고 있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전자 증권으로,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같은 실물 자산을 지분 단위로 쪼개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 암호화폐 기술을 접목해 안전성과 거래 편의성이 함께 높아진 형태다.
정부는 집값 안정책의 하나로 주택 실물 투자에 몰리는 자금을 분산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부동산 토큰증권이다. 집값의 30%만 투자하고도 배당 수익을 얻는 투자 모델이 가능해지며, 대출을 억지로 받지 않고도 부동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한국형 리츠' 모델을 구상 중이다. 이는 리츠가 아파트를 공급하고 실수요자가 일부 지분을 사고 나머지 비용은 월세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향후 지분을 점차 늘리는 것도 허용되며, 주택 구매에 들어가는 자금을 분산시키려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카사코리아, 루센트블록 등을 포함한 4개 업체가 부동산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업용 건물이나 물류센터 등에 한정돼 있었지만, 이제 주택도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택 시장이 민감해 금융당국은 그동안 보수적이었지만, 시장 흐름과 정부 정책 변화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또 다른 암호화폐 기반 투자 영역으로는 비상장 벤처 기업이 떠오른다. 그동안 이런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이나 은행 대출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토큰증권을 통해 대중 투자자의 자금도 유치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해외 사례는 포르쉐가 인수한 크로아티아의 전기 자전거 스타트업 '그레이프 바이크'다. 이 기업은 2019년 토큰증권으로 약 20억 원을 유치하며 주목받았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 소액 투자자를 포함한 다양한 투자 주체들이 중소·벤처기업 성장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주식과 관련된 기존 규제와의 충돌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오픈AI, 스페이스X 같은 유니콘 기업 주식을 토큰화한 로빈후드의 시도에 대해 규제 당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아직 제도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올해 하반기 통과될 예정인 가운데, 암호화폐 기반 토큰증권 시장은 빠르게 제도권으로 흡수되는 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