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오는 8월 1일부터 ‘법정화폐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식 인가제를 도입한다. 홍콩통화청(HKMA)은 이날부터 달러, 위안화, 홍콩달러 등 주요 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판매를 하려는 사업자들에게 라이선스 등록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 수단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중국의 ‘탈달러화 전략’과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 확장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진입… "외국계는 진입 장벽 높아"
홍콩의 새 규정은 표면상 ‘중립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계 발행사의 진입을 막는 형태에 가깝다. 미국의 테더(Tether), 서클(Circle) 등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강자들이 홍콩 내에서 직접 서비스를 하려면 최소 자본금 요건, 100% 실물 준비금 보유, 현지 물리적 사무소 확보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싱가포르에 비해 약 3배 수준의 규제 강도를 요구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화권 기업들을 위한 우회로이자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의 국제적 발행을 위한 교두보”라고 평가했다.
홍콩 재무장관 폴 찬(Paul Chan)은 “스테이블코인은 효율적이고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디지털 결제 수단”이라며 “이는 향후 자본시장과 무역에서 광범위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JD닷컴·앤트그룹, ‘홍콩달러·위안화’ 스테이블코인 준비 중
중국 대형 빅테크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알리바바 계열 앤트그룹과 JD닷컴 등은 홍콩 규제에 맞춘 ‘홍콩달러 및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들 토큰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해외 디지털 위안화’의 실험적 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로이터는 최근 보도를 통해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의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실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비용·유동성 한계 여전… 시장 확대가 관건"
다만 현실적 한계도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국경 간 송금이 가능하다고 해도, 외환 환전과 오프·온램프(실물 자산과의 연결) 과정에서의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
핀테크 기업 에어월렉스(Airwallex)의 CEO 잭 장은 “현 시점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송금이 전통 은행 대비 명확한 비용 우위를 갖기 어렵다”며 “범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시아 디지털자산협회(IDA)의 공동설립자인 션 리는 “다양한 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고 거래량이 확대될수록, 시장 전체 비용 구조는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