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정점에 이르고 있다는 경고가 월가 일부에서 제기됐다. 공공 투자회사 수로 캐피탈(SuRo Capital)을 이끄는 마크 클라인(Mark Klein)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AI 스타트업 시장은 거품을 넘어 위험할 정도의 과열 상태에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단기간 내 밸류에이션이 몇 배로 급등하는 현상을 지목하며 "펀더멘털 변화 없이 이런 상승이 이어지는 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수로 캐피탈은 오픈AI(OpenAI)와 코어위브(CoreWeave) 등 유망 AI 스타트업에 일찍이 투자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서버 및 데이터 인프라 강자인 배스트 데이터(Vast Data), 미국 핀테크 선두주자 플래드(Plaid), 디자인 플랫폼 캔바(Canva) 등 이른바 유니콘 기업과의 포트폴리오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클라인 CEO는 "지금 이 시점에서 AI 분야에 추가 자산을 배분하는 것은 섣부르다"며 현금 보유 중심의 보수적 투자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현재 AI 시장이 단일한 버블이라기보다는, 실제 기술 진보와 과잉 투자가 뒤섞인 비균질적 구조를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AI 생태계를 인프라, 언어모델(LLM), 소프트웨어 응용 분야 세 개 층위로 나누며, 이 중 응용 계층의 밸류에이션이 가장 심각하게 부풀려졌다고 진단했다. 클라인은 "기반 기술인 오픈AI 등은 실질적 기술 진보를 이끌고 있으나, 이를 ‘모방’한 2·3차 스타트업 다수가 경쟁력 없이 자금을 쓸어담고 있다"며 투자 대비 수익성이 뒷받침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전반의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클라인은 "매우 많은 '딜 플로우'가 쏟아지지만, 제대로 된 기회를 거를 수 있는 선택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진정한 혁신을 가져올 기업에 집중 투자하되, 주주가치와 밸류에이션을 균형 있게 판단해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특히 향후 주목할 AI 세부 분야에 대해 클라인은 "인프라와 일부 특정 수직계열 응용분야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안정된 단위 경제성을 가진 기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반면 시장이 빠르게 성숙되면서 경쟁 심화와 가격압박 위기에 놓일 수 있는 초기 응용 제품군은 역량 미달 기업의 탈락 혹은 인수합병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했다.
수로 캐피탈은 과거 드롭박스(Dropbox), 페이스북(현 메타), 스포티파이(Spotify), X(전 트위터) 등 굵직한 기술 기업에 초기 투자해 성공적인 '엑시트'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런 만큼 마크 클라인의 현 시장 경계론은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번 발언은 연이어 쏟아지는 AI 유니콘 투자와 천문학적 자금 유입이 실체 있는 가치 창출로 이어질지를 두고 시장 안팎에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경고음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