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세가 데이터센터의 ‘전력난’이라는 새로운 병목 현상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 해머헤드 AI(Hammerhead AI Inc.)가 이 문제 해결을 목표로 1000만 달러(약 144억 원)의 시드 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부요언트 벤처스(Buoyant Ventures)가 주도하고,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후원하는 SE 벤처스를 비롯해 AINA Climate AI Ventures, MCJ Collective 등 다수의 기후 전문 펀드가 대거 참여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GOOGL), 오라클(ORCL)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확장을 서두르는 가운데, 전력 소모량 급증으로 일부 지역 전력망의 수용력이 바닥나며 AI 팩토리 가동률이 3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PU 수천 장이 놀고 있는 셈이다.
해머헤드는 이런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오케스트레이션 강화학습 에이전트(ORCA)’라 불리는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솔루션을 내놓았다. 이 시스템은 GPU와 서버, 냉각 장치 등 데이터센터 내 핵심 장비와 워크로드 전반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전력 예산 내에서 최대한 많은 토큰을 처리할 수 있도록 자동 조율한다. 특히 시스템 전반의 토큰 처리량 향상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전력사용효율(PUE) 개선 수준을 넘어선 접근이다.
라훌 카(Rahul Kar) 해머헤드 CEO는 “ORCA를 통해 데이터센터는 기존 자원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AI 팩토리의 경제성을 재창조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전력 조율 기술 스타트업 오토그리드(AutoGrid)를 창업·성장시킨 뒤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매각한 에너지 최적화 전문가로, 공동 창업자 라지브 싱(Rajeev Singh)과 함께 20개국 이상에서 8000메가와트 규모 전력 자산을 운영해본 경력이 있다.
일례로 ORCA 활용을 통해 확보된 여유 GPU 연산 능력은 연간 2000만~5000만 달러(약 288억~720억 원) 수준의 매출 전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해머헤드는 초기부터 슈나이더 일렉트릭과의 협업을 통해 실제 상업용 데이터센터에 ORCA를 실전 배치해 테스트했으며, 이 덕분에 기술 신뢰도와 시장 검증 측면에서 상당한 선점을 확보했다. SE 벤처스의 글로벌 대표 아밋 차투르베디는 “해머헤드는 미래 AI 팩토리의 기준 설계를 제시할 유일한 기업”이라며 “기존 데이터센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큰 최적화 기술은 경쟁력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 홀거 뮐러(Constellation Research)는 “해머헤드의 기술은 AI가 AI 문제를 푸는 전형적인 예시”라 평가했다. 에너지를 더 확보하는 대신, 주어진 조건 안에서 연산 효율을 극대화해 새로운 가치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머헤드는 이번 투자금을 ORCA 기술 고도화에 집중 투입하고, 더 많은 AI 팩토리 운영자들과의 파트너십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AI 확산이 가속화되는 만큼, 전력 사용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