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웹서비스(AWS)의 대규모 장애가 전 세계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흔드는 가운데, 리플(XRP) 생태계의 핵심인 XRP 레저(XRPL)는 오히려 탈중앙화의 강점을 부각시키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콘텐츠 공유 플랫폼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AWS 사용 중단으로 줄줄이 마비됐지만, XRPL 네트워크는 정상 작동을 이어갔다.
이번 장애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약 32% 점유율을 가진 AWS에서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코인베이스, 디즈니, 줌, 시그널, 맥도날드 등 수많은 유명 서비스도 순식간에 오프라인됐다. 그러나 XRPL은 AWS를 사용하는 일부 검증인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영향 없이 블록 마감 작업을 진행했다. 이 같은 안정성이 인터넷 인프라 문제 속에서 분산된 네트워크 구조의 우위를 입증한 셈이다.
XRP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중심 인물 ‘Vet’는 “블록은 정상적으로 마감되고 있으며, 이는 분산화의 성과”라고 평했다. 현재 XRPL에서는 약 120~150개의 검증인이 운영되고 있는데, AWS뿐만 아니라 구글 클라우드, 헷츠너, 디지털오션 등 다양한 호스팅 환경을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일부는 독립 서버나 소규모 서비스 제공업체를 통해 별도로 운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재조명된 것이 검증인 정보 공개를 골자로 한 XLS-50d 제안이다. 해당 제안은 아직 적용되지 않았지만, 네트워크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주요 지침 중 하나로 꼽힌다. 주요 내용은 검증인이 데이터센터 위치, 클라우드 종속성 등을 공개해 특정 업체에 노드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고 지리적 분산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시스템상 전체 검증인의 다수가 한꺼번에 중단되면 약 256개의 원장 생성이 멈출 수 있고, 이는 대략 12~20분에 해당한다.
AWS의 장애 사례는 이를 증명하는 실전 모델로 작용했다. 클라우드 의존도가 높은 코인베이스는 접속에 실패한 반면, 분산 호스팅 구조를 채택한 XRPL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작동을 지속했다.
비트코인(BTC) 역시 30% 이상의 해시레이트가 미국 내 집중된 채굴장에서 발생하는 등 중앙화 우려를 안고 있고, 이더리움(ETH)은 리도(Lido)와 대형 클라우드 업체가 지분증명(PoS) 참여를 주도하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XRPL의 이번 대응 사례는 인프라의 다변화가 곧 보안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반증했다.
전통적인 사이퍼펑크 정신이 점차 흐려지고, 웹3 생태계조차 클라우드 공룡들의 지배하에 놓이는 가운데, XRPL은 여전히 탈중앙화와 투명성이라는 근본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한 거래 수단을 넘어, 글로벌 인프라의 회복탄력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