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에 가상자산이 동원된 경우에도 앞으로는 피해자가 법에 따라 환급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최근 범죄 조직이 자금 추적을 어렵게 하려고 피해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사례가 늘었지만, 그동안 가상자산은 환급 대상 자산으로 명확히 포함되지 않아 제도 공백이 있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오는 10월 1일 시행되는 특별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다. 핵심은 피해자에게 돌려줄 자산의 형태와 계산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 있다. 금전은 금액 단위로, 가상자산은 종류와 수량 단위로 환급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다만 피해자가 처음 빼앗긴 자산의 형태와 실제 지급정지가 이뤄진 계좌나 지갑에 남아 있는 자산의 형태가 다르면, 지급정지 시점에 남아 있는 자산 형태를 기준으로 환급하게 된다.
서로 다른 자산이 뒤섞인 경우의 산정 방식도 정리됐다. 금전은 액면 그대로 반영하고, 가상자산은 지급정지가 이뤄진 시점의 시세로 평가해 전체 피해환급자산 규모를 계산한다. 가상자산은 종류마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동일한 금액이라도 시점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 환급 기준 시점을 분명히 해야 피해자들 사이의 형평성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제도 설계에 반영됐다. 금융당국은 이런 기준이 있어야 여러 피해자의 자금이 한데 섞인 사건에서도 보다 신속하고 공정한 환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가상자산을 직접 돌려받기 어려운 피해자를 위한 장치도 들어간다. 피해금이 자금 세탁이나 도피 과정에서 가상자산으로 바뀐 뒤 지급정지됐다면 원칙적으로는 그 가상자산 형태로 돌려받게 된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 경험이 없거나 관련 계정이 없는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환급 대상 가상자산을 팔아 현금화한 뒤 그 대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업무를 맡는 매도지원 전담기관의 지정 요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기관은 이용자 보호와 피해 회복 지원 업무를 수행할 조직과 인력을 갖추는 등 금융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개정안은 이날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 뒤 후속 절차를 밟아 법 시행 시점에 맞춰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개정으로 가상자산이 연루된 전기통신금융사기에도 실효성 있는 환급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보이스피싱 수법이 디지털 자산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현실에 대응해, 피해 구제 제도 역시 전통적인 은행 계좌 중심에서 가상자산까지 넓혀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