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가상화폐를 통해 미국 달러화의 국제적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에릭 트럼프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자산 수요가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함으로써 달러화의 약세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해외에서 불안정한 통화를 사용하는 자금이 수조 달러 규모로 미국에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보며, 그 주요 동력으로 가상화폐의 부상을 꼽았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달러화가 급격히 약세를 보이는 상황과 맞물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비판과 함께, 무역 전쟁, 그리고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적자 우려가 결합되면서 달러화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강한 달러보다 약한 달러가 수익 면에서 낫다"고 언급한 점도 시장에서는 혼란의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트럼프 가문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상화폐 분야에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가상화폐 기업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을 통해 신생 코인 ‘WLFI’를 업비트와 바이낸스 등 글로벌 주요 거래소에 상장시켰고, 밈코인 형태의 ‘멜라니아’와 ‘트럼프’ 코인도 출시했다. 아울러 트루스소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도 시장에 내놓은 상황이다.

에릭 트럼프는 이와 같은 사업 확장이 재정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과 가족이 가상화폐 산업 전반에서 수익보다는 비수익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한 돈벌이를 바랐다면 대통령직에는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157억5천만 개의 WLFI 보유를 신고했으며, 이는 현재 기준으로도 30억 달러를 넘는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내 디지털 자산 정책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정책 기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미국이 가상화폐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정성과 정책 신뢰도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