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뱅크먼-프리드(SBF)가 수감 중인 상황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FTX의 파산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담은 14쪽 분량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건은 그가 여전히 FTX는 ‘지급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강하게 반박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게재된 문서에 따르면, FTX는 붕괴 당시 250억 달러(약 34조 원)의 자산과 160억 달러(약 22조 원)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부채는 130억 달러(약 18조 원)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SBF 측은 외부 법률 자문이 파산 절차를 부추기지만 않았더라면 상황은 한 달 내로 정상화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기준 FTX 자산 가치는 인류 AI 개발사 앤트로픽, 로빈후드, 리플 투자 등을 포함해 1,360억 달러(약 185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게시글은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불렀다. 특히 SBF가 올해 3월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투자자 돈을 갚을 수 있었을 것”이라 주장한 내용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희망적 피해자 프레임’을 지속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GETTR 계정에서도 정치적 탄압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갠슬러 위원장과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을 침묵시키려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과 전 FTX 채권자들은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다. 법정에서 이미 비슷한 주장이 기각되었을 뿐 아니라 블록체인 감사 결과 실종된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가 추적됐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온체인 분석가 잭엑스비티(ZachXBT) 또한 이 문서가 “재판 당시 나왔던 왜곡된 주장들을 반복한 것”이라며, 고객들은 2022년 파산 시점의 암호화폐 가격을 기준으로 변제받았기 때문에 이후 가격 상승은 회복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벤처 투자자 애덤 코크런도 “입 닥쳐, 샘. 넌 도둑질했다”는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업계 분위기를 대변했다. 이번 문건이 공개된 시점이 바이낸스 창립자 창펑 자오(CZ)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은 직후라는 점도 주목된다. CZ는 과거 5억 2,900만 달러(약 7,597억 원) 상당의 FTX 토큰(FTT) 매도 방침을 발표하며 FTX 유동성 위기를 촉발시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CZ에 대해 전격적인 사면 조치를 내린 가운데, SBF의 부모가 그에게도 사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BF는 현재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지만, 여전히 정치적 희생양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업계와 법조계는 그의 주장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이번 문건 역시 ‘과거 왜곡’을 정당화하려는 또 다른 시도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