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의 가격이 강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래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상승 흐름을 누르며 단기 약세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XRP는 최근 일주일 새 10.7% 하락해 2.30달러(약 3,130원)를 기록했다. 이 같은 하락은 리플이 금융 인프라를 확장하고 바이낸스 이용자들이 XRP에 대한 노출을 늘리는 등 긍정적 뉴스가 이어졌음에도 발생해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마켓 애널리스트인 크립토온체인(CryptoOnchain)은 11월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현상의 원인을 고래의 ‘계획된 매도’로 지목했다. 그는 이를 ‘XRP 패러독스’로 명명하며, 2024년 말부터 2025년까지의 XRP 원장 상에서 고래의 거래소 입금량이 급증한 점을 주목했다. 특히 바이낸스로의 대규모 자금 이동이 뚜렷했으며, 이는 최근 하락 이전부터 고래들이 매도 준비를 해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고래의 움직임은 구체적인 계획 아래 진행됐다. 리플이 최근 자본금 5억 달러(약 6500억 원)를 유치한 발표와 맞물려 100일 단순이동평균(SMA)을 기준으로 고래의 거래소 입금량도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크립토온체인은 이를 두고 “펀딩 발표는 완벽한 출구 유동성을 만들었고, 고래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이용해 보유 물량을 분산했다”고 분석했다.

이후 몰린 매도 압력은 XRP 수요를 압도했고, 결국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비트코인이 10만 달러(약 1억 3,600만 원) 밑으로, 이더리움이 3,200달러(약 430만 원) 아래로 급락한 의미 있는 시점이 겹치며 암호화폐 전반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이러한 시장 전반의 조정 속에서 XRP는 2.40달러(약 3,260원) 지지선을 잃고 2.09달러(약 2,840원)까지 떨어졌다가 간신히 반등세를 보였다.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XRP는 단기적으로 계속 눌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크립토온체인은 “이번 매도세는 단기적 현상일 뿐, 리플의 펀더멘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리플은 최근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기업 팔리세이드(Palisade)를 인수하고 전통 금융 소프트웨어 업체 GTreasury와 협력하는 등 다양한 기업 활동을 전개 중이다.

아울러 프랭클린템플턴, 비트와이즈 등 기관 투자사들은 XRP 현물 ETF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안에 상장 승인 가능성이 거론된다. 기술적으로도 1.94달러(약 2,640원)가 주요 지지선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일부 분석가는 XRP가 장기적인 ‘매집 구간’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XRP는 지난 한 달간 22% 하락하며 시장의 평균 낙폭인 5%를 크게 웃돌았지만, 연초 대비로는 330% 이상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펀더멘털 개선과 함께 중장기 상승 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