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가 이란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노비텍스(Nobitex)’를 둘러싼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다. 이 거래소가 미국 제재를 피하려는 자금 이동의 핵심 창구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란 권력층과도 깊게 연결돼 있다는 내용이다.
13일 로이터에 따르면 노비텍스는 2018년 알리 카라지(Ali Kharrazi)와 모하마드 카라지(Mohammad Kharrazi) 형제가 설립했다. 회사는 약 11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이란 인구의 10%를 넘는 규모다. 리알화 약세와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은행 접근성 제한 속에서 일반 이란인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재 우회 통로 의혹
하지만 로이터는 노비텍스가 단순한 민간 거래소를 넘어 이란의 ‘병행 금융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크리스탈 인텔리전스와 민간 금융조사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노비텍스는 이란 중앙은행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포함한 제재 대상 기관과 연결된 거래를 처리한 정황이 포착됐다. 규모는 수천만달러에서 수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노비텍스는 혁명수비대와 정부 관련 자금이 전통 금융망 밖에서 움직이는 경로로 활용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로이터는 익명을 요구한 전직 직원 6명이 “이란 정부와 보안기관이 제재 회피에 거래소를 이용했다고 믿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노비텍스는 정부와의 공모 의혹을 부인했다. 거래소는 로이터에 “어떤 이란 정부 기관과도 합의한 적이 없다”며 관련 직원들도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정부의 사무실 급습, 도메인 차단, 은행 결제망 폐쇄 등 운영 제약을 받아왔다고 항변했다.
경영진 배경과 전시 운영 논란
로이터는 노비텍스 경영진의 가족 배경도 문제 삼았다. 두 설립자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권력 핵심과 가까운 카라지 가문 3세대로, 최고지도자들에게 자문을 맡거나 정치·외교·종교 분야 요직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의 독립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노비텍스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 간 전쟁이 시작된 뒤에도 운영을 이어갔고, 전국적 인터넷 차단과 테헤란 대규모 정전 상황에서도 거래를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3곳은 이 기간 노비텍스가 1억달러가 넘는 거래를 처리했다고 추산했고, 이는 평소 활동의 약 20% 수준이다.
다만 불법 자금 규모에 대한 추정치는 제각각이다. 엘립틱은 3억6600만달러, 체이널리시스는 6800만달러, 크리스탈 인텔리전스는 제재 대상 지갑에서 직접 넘어온 자금을 2200만달러로 봤다. 결국 이번 조사로 노비텍스는 이란의 암호화폐 시장을 대표하는 동시에, 국제 제재를 둘러싼 자금 흐름의 복잡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