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없는 암호화폐 파생상품인 무기한 선물이 연간 40조50조 달러(약 5경6000조7경원) 규모를 소화하며 비트코인(BTC) 현물 거래를 압도하고 있다.
코인데스크는 27일(현지시간) 무기한 선물이 2015년 5월 비트멕스(BitMEX)에서 처음 선보인 뒤 11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금융상품 중 하나로 커졌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 상품을 퍼페추얼 스와프, 줄여서 ‘퍼프’라고 부른다.
◇ 만기 없는 선물, 롤오버 부담을 없앴다
무기한 선물의 핵심은 만기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 선물은 정해진 날짜에 계약이 끝나고 정산되기 때문에 포지션을 유지하려면 다음 계약으로 갈아타는 롤오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의 차이인 베이시스가 발생하고, 투자자는 롤오버 비용과 가격 괴리를 함께 감수해야 했다.
초기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이 구조가 특히 불편했다.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게 형성되는 일이 반복됐고, 만기 때마다 포지션이 닫히는 문제도 있었다. 2014년 아서 헤이즈(Arthur Hayes)와 벤 델로(Ben Delo)가 세운 비트멕스는 계약 기간을 분기물에서 월물, 주간물, 48시간물, 24시간물로 줄였지만 근본 해법은 되지 못했다.
비트멕스가 택한 방식은 만기 자체를 없애는 것이었다. 델로가 설계한 무기한 선물은 정산일과 롤오버가 없다. 몇 시간만 보유할 수도 있고, 장기간 유지할 수도 있지만 만기라는 기준점이 사라진 만큼 계약 가격을 현물 가격에 붙잡아둘 별도 장치가 필요했다.
◇ 펀딩비가 가격 괴리 줄인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펀딩비다. 무기한 선물 시장에서는 8시간마다 롱과 숏 포지션 보유자 사이에 지급이 일어난다. 무기한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으면 롱 포지션 보유자가 숏 포지션 보유자에게 돈을 내고, 반대로 현물보다 낮으면 숏이 롱에게 지급한다.
지급 규모는 직전 8시간 동안 두 가격이 얼마나 벌어졌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롱 수요가 몰려 무기한 선물 가격이 높아지면 롱의 유지 비용이 커지고, 비용 부담이 커지면 수요가 줄면서 가격 괴리도 좁아진다. 시장조성자들은 프리미엄이 벌어질 때 무기한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방식으로 차익거래에 나서며 수렴 속도를 높인다.
레버리지는 퍼프 시장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이다. 거래소들은 예치금보다 큰 포지션을 허용하며, 한도는 플랫폼과 규제 환경에 따라 다르다. 비트멕스 전성기에는 최대 100배 레버리지가 가능했고, BTC 가격이 1% 움직이면 풀 레버리지 포지션의 손익이 100%까지 확대되는 구조였다.
위험 관리는 자동 청산 시스템이 맡는다. 손실이 증거금 규모에 가까워지면 시스템이 포지션을 강제로 닫아 계좌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기 전 손실 확산을 막는다. 청산 엔진의 속도와 정확성은 초기 파생상품 거래소의 경쟁력이었고, 지금도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 가격 발견 무대가 현물에서 퍼프로 옮겨갔다
무기한 선물은 이제 암호화폐 가격 발견의 주무대로 자리 잡았다. BTC 가격이 급하게 움직일 때 출발점은 대체로 퍼프 시장이고, 현물 시장은 이를 뒤따르는 흐름을 보인다. 현물 가격만으로 시장을 읽기 어려워진 이유다.
관심은 전통 금융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미국 규제당국은 이 구조를 전통 자산에 적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주식 기반 무기한 선물 상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만기가 없다는 점이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펀딩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으로 쌓이고, 높은 레버리지는 작은 변동에도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의 구조 이해가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 시장 해석
무기한 선물은 연간 40조~50조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현물에서 파생상품 쪽으로 옮겨놓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급등락의 출발점이 퍼프 시장으로 설명되는 만큼, 현물 가격만 보는 접근은 시장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졌다.
💡 전략 포인트
독자는 가격 변동을 볼 때 현물 시세와 함께 무기한 선물의 펀딩비, 레버리지, 청산 구조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높은 레버리지는 작은 가격 움직임에도 강제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상품 구조와 비용이 어떻게 누적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용어정리
- 무기한 선물: 만기일이 없어 정산 시점 없이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는 암호화폐 파생상품이다.
- 펀딩비: 무기한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롱과 숏 포지션 보유자 사이에 주기적으로 오가는 비용이다.
- 레버리지: 예치한 증거금보다 더 큰 규모의 포지션을 잡을 수 있게 하는 거래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