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이 오픈 API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 17일 만에 종료했다. 금융감독원이 일부 계정의 거래 집중과 수수료 면제 경위를 살펴보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빗썸은 6일 오후 6시부터 원화마켓 전 종목의 오픈 API 거래에 기존 수수료를 다시 적용했다. 지난달 21일부터 별도 안내 시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지만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관련 내용은 연합인포맥스가 8일 보도했다. 빗썸은 이벤트 시작 당시 회사 사정에 따라 조기에 종료할 수 있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 API 거래는 이용자가 직접 매매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미리 설정한 조건에 따라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주문을 내는 방식이다. 짧은 시간에 매수·매도 주문을 반복할 수 있어 퀀트 투자자와 거래 규모가 큰 전문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한다.
금감원은 지난주부터 빗썸으로부터 상위 계정의 거래 내역 등을 받아 매매 양상을 확인하고 있다. 최근 빗썸의 비트코인 거래대금에서 일부 상위 이용자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점검이다.
지난달 비트코인(BTC) 가격이 개당 1억원을 넘어선 당시 빗썸 비트코인 거래대금에서 상위 10개 계정이 차지한 비중은 한때 70%까지 상승했다. 이더리움(ETH)과 리플(XRP)에서도 상위 계정의 거래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거래 쏠림 현상이 심한 상황에서 빗썸이 오픈 API 거래 수수료를 면제한 경위와 거래 양상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수수료 면제로 거래량이 빠르게 늘면 거래소의 거래대금과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은 거래대금 비중으로 산정된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거래량 확보가 중요하지만, 수수료가 없으면 같은 주체가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거래량을 부풀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PI 거래 수수료가 무료면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거래 규모가 커지고 인위적 가격 형성으로 이어지면 시세조종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점검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시세조종 여부를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상위 계정 사이의 연계성과 시세조종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지만, 위법 여부를 결론 내린 단계는 아니다. 현재 점검의 초점은 거래 양상과 수수료 면제 경위에 맞춰져 있다.
빗썸은 수수료 무료 이벤트 종료가 금감원의 모니터링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빗썸 관계자는 “이벤트를 시작할 때부터 회사 사정에 따라 조기에 종료할 수 있다고 안내했으며, 운영 상황을 고려해 공지된 절차대로 종료했다”고 말했다.
거래 집중 현상에 대해서도 빗썸은 상위 10개 계정이 고정된 이용자 집단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빗썸 관계자는 “상위 10개 계정은 고정 이용자들이 아니라 종목과 시점에 따라 계속 바뀌는 집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승장에서 거래가 활발한 이용자의 거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건 일반적인 현상으로, 특정 소수 계정이 지속적·조직적으로 거래를 주도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빗썸은 거래 집중을 특정 계정의 조직적 거래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수료 무료 정책은 단기간 거래량을 끌어올리는 유인이 될 수 있지만, 거래소의 핵심 매출원인 수수료 수익을 줄이는 부담도 만든다. 국내 거래소 간 수수료 경쟁이 거래량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앞서 본지도 보도했다.
이번 사안은 무료 수수료 정책이 거래 활성화와 시장 감시 사이에서 어떤 위험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금감원은 빗썸의 거래 내역과 API 수수료 면제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