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기준금리를 내리기보다 연말까지 현 수준에서 묶어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기대가 남아 있었지만, 최근에는 미국 물가와 고용 여건이 예상보다 쉽게 꺾이지 않으면서 시장 판단이 뚜렷하게 바뀌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29일(현지시간) 내놓은 ‘2026년 하반기 미국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10개 투자은행 가운데 7곳이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현 3.50∼3.75%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이피모건, 바클레이스, 웰스파고, 노무라, 티디뱅크,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도이체방크는 오히려 하반기 중 각각 세 차례,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올해 안에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 곳은 씨티 1곳뿐이었고, 씨티는 4분기 중 0.50%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다.
이처럼 전망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점이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해 고용이 쉽게 식지 않고 있고,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상승 압력도 다시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불거졌던 원유 공급 차질 우려는 에너지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됐고, 이는 곧바로 소비자물가 전반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관련 투자 확대가 장비와 전력, 데이터센터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물가를 낮추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은행들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미국의 연말 물가상승률이 3%를 웃돌 가능성을 점쳤다.
소비 쪽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법률’ 시행에 따라 나타났던 세 부담 축소 효과가 하반기로 갈수록 약해지고, 고유가가 가계의 실질소득을 깎아 먹으면서 소비 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질소득은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을 뜻하는데, 기름값과 생활물가가 오르면 같은 월급으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줄어든다. 다만 미국 경제 전체로 보면 인공지능 기반 시설을 중심으로 한 기업 투자가 소비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올해도 2% 이상의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했다.
앞으로의 변수도 적지 않다. 미국과 이란의 세부 협상 전개에 따라 에너지 가격과 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릴 수 있고,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치 지형 변화도 재정정책과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인공지능 설비투자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이런 흐름을 종합하면 연준은 당분간 성급한 금리 인하보다 물가와 성장의 균형을 확인하는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고, 시장도 연말까지는 고금리 장기화 시나리오를 중심에 두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