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의 연체 부담이 커졌지만 소비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소비를 떠받치는 축은 신용 전체가 아니라 고용, 자산가격, 고소득층 지출로 모이고 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8월 26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2차 추정치에서 미국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연율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1분기 2.1%보다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은 3.4%로 집계됐다.
경기 전체 속도는 둔화했지만 가계 소비는 더 빨라진 셈이다. 높은 금리와 생활비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미국 소비가 한 방향으로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흐름이다.
저축 여력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BEA는 7월 개인저축률이 3.0%였다고 밝혔다. 6월 2.6%보다는 올랐지만 장기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NY Fed·뉴욕 연은)은 2분기 가계부채·신용 보고서에서 미국 가계부채가 18조8000억 달러(약 2경5361조원)로 전 분기보다 130억 달러(약 17조5370억원) 줄었다고 밝혔다. 전체 부채 가운데 일부 연체 상태에 있는 비율은 4.7%였다.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은 여전히 취약 지점이다. 신용카드 잔액은 1조2600억 달러(약 1700조원), 자동차 대출 잔액은 1조7100억 달러(약 2307조원)로 늘었다. 초기 연체 전환은 자동차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서 소폭 올라갔고, 신용카드는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이 흐름은 본지의 앞선 보도와도 이어진다. 본지는 미국 신용카드 잔액이 1조2600억 달러로 늘고 연체 잔액 비중이 12.8%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잔액 증가는 소비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높은 연체 비중은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을 드러낸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도 2025년 11월 노트에서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팬데믹 이후 급등했다가 2025년 3분기까지 대체로 평탄해졌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소비 둔화보다 일부 비주택 신용 부문의 부담이 먼저 나타난 구조로 풀이된다.
이 괴리를 설명하는 핵심은 소비 주체의 차이다. 애틀랜타 연은은 5월 정책허브 논문에서 2021~2025년 미국 소비를 소득 분위별로 나눠 분석했다. 소득 상위 20%의 평균 총소비 연평균 증가율은 12.6%였고 하위 20%는 3.9%였다.
필수재 소비에서도 격차가 컸다. 상위 20%의 필수재 소비 연평균 증가율은 13.7%였고 하위 20%는 2.9%였다. 낮은 소득층의 소비가 줄었다기보다 고소득층 소비가 훨씬 빠르게 늘어난 구조다.
애틀랜타 연은은 이를 전형적인 ‘K자 회복’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모든 소득층의 소비가 늘었지만 증가 속도가 크게 갈렸다는 진단에 가깝다. 물가 상승만으로 최근 미국 소비 강세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업 실적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월마트(Walmart·WMT)는 올해 실적 자료에서 미국 내 동일매장 매출 증가가 소득 계층 전반의 점유율 상승에서 나왔고, 상위 소득 가구가 이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AXP)는 2분기 카드 회원 지출이 환율 영향을 제외하고 9% 증가했다고 밝혔다.
홈디포(Home Depot·HD)는 2분기 실적에서 고객들이 작은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룰 수 있는 큰 지출은 약했다. 주택 거래 부진과 높은 주거비 부담은 가구, 가전, 대형 리모델링 같은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로우스(Lowe's·LOW)와 홈디포 실적에서 확인되는 흐름도 소규모 수리·유지 수요와 대형 선택 소비의 온도 차다. 필수재와 할인 유통, 일부 프리미엄 소비는 버티는 반면 주택 이동과 연결된 큰 소비는 약한 모습이다.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지점은 미국 소비가 물가와 금리 판단의 핵심 변수라는 점이다. 소비가 버티면 미국 경제의 급격한 둔화 신호는 약해진다. 동시에 연체율과 저축률은 취약 차주의 부담을 보여준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위험자산에 미칠 영향은 고용, 소비, 물가 지표가 함께 확인돼야 판단할 수 있다. 본지는 앞서 미 장기금리 부담이 비트코인 시장 변수로 거론된 흐름을 전했다. 가계 신용 부담도 위험자산 선호를 판단할 때 함께 보는 거시 지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