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이젠 주식도 온체인 시대” 로빈후드, 증권의 경계를 허물다

로빈후드(Robinhood)가 전통 증권거래소와 암호화폐 시장 모두를 겨냥한 대규모 전략을 발표했다. 6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더리움 커뮤니티 컨퍼런스(ETHCC)에서 로빈후드는 토큰화 자산, 파생상품, 자체 블록체인 ‘로빈후드 체인(Robinhood Chain)’ 개발 계획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Web3 전환에 나섰다.

이번 발표는 최근의 비트스탬프(Bitstamp) 인수에 이어, 유럽 및 미국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가속화하는 행보로 평가된다.

토큰화 주식과 파생상품, 유럽에서부터 시작

로빈후드는 EU 및 EEA 31개국 사용자에게 미국 주식과 ETF 200종 이상을 토큰화하여 제공하기 시작했다. 애플, 엔비디아, S&P500 ETF 등 인기 자산이 포함되며, 24/5 거래, 0% 수수료(환전 수수료 0.10%) 정책, 배당금 자동 지급까지 포함되어 기존 증권사보다 한층 편리한 조건을 내세웠다.

토큰화된 자산은 현재 아비트럼 원(Arbitrum One)에서 발행되며, 향후 로빈후드 체인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7월 7일부터는 오픈AI, 스페이스X 등 비상장 기업의 파생상품 거래도 개시된다. 로빈후드는 오픈AI에 100만 유로, 스페이스X에 50만 유로 규모의 에어드랍 풀을 조성하고, 선착순 가입자에게 5유로 상당의 토큰을 지급하며 공격적인 사용자 유치를 시도 중이다.

미국 시장 겨냥한 스테이킹·API·세금 최적화 기능

미국 사용자들에게는 이더리움과 솔라나 기반 스테이킹 서비스가 출시되었으며, 올 하반기부터는 고급 차트 도구, 스마트 오더 라우팅(SOR), API 거래 기능, 세금 로트 선택 기능 등 전문 트레이더를 겨냥한 서비스가 대거 도입된다.

또한 5월 말부터 시작된 2% 암호화폐 입금 보너스는 7월 7일까지 누적 입금액 5억 달러 이상 달성 시 소급 적용된다. 로빈후드는 명확히 암호화폐 사용자층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로빈후드 체인, 블록체인판 나스닥 노리나

로빈후드는 자체 L2 블록체인인 ‘로빈후드 체인’을 아비트럼 오르빗(Arbitrum Orbit)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실물 자산(RWA)을 온체인에서 자유롭게 유통하고, 담보대출, 탈중앙화 보관, 24시간 거래 등 DeFi 기능과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체인에서 기본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USDG 스테이블코인은 MiCA 규제를 준수하며, GDN(Global Dollar Network)에서 발행된다. 하지만 로빈후드는 추후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USDG 수익은 GDN 파트너들과 공유해야 하지만, 자체 코인을 발행하면 모든 이자 수익과 거버넌스를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로빈후드 체인에서 64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될 경우, 연간 최대 2.7억 달러에 달하는 이자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2024년 로빈후드 총매출의 약 9%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존 증권거래소와의 경쟁 본격화

기존의 토큰화 자산 프로젝트들은 주로 자산을 토큰화하는 공급 측면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실제 수요는 미미했고, 대중의 관심은 밈코인이나 고수익 파생상품에 더 쏠렸다. 솔라나 기반 xStocks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550만 달러 수준에 그쳤지만, 같은 날 밈코인 ‘Dog in Vest’는 1,500만 달러 이상 거래되며 관심을 독식했다.

로빈후드는 다르다. 이미 2,6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2,550억 달러의 자산을 보관 중이다. 이 중 일부만 온체인으로 옮겨도, 현재 어떤 RWA 프로젝트보다도 압도적인 유동성과 사용자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기존 증권거래소, 특히 글로벌 브로커리지 기업들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위치라는 의미다.

로빈후드의 CEO 블라드 테네프 / ETHCC

알트코인 시장 구조도 흔든다

토큰화 주식과 파생상품의 등장은 알트코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명확한 가치평가 모델과 실적 기반 분석이 가능한 주식 기반 파생상품은 불투명한 토큰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되고 있다.

레버리지, 글로벌 거래, 24시간 유동성 등 기존 알트코인의 강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거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알트코인 시장의 투자 프리미엄은 점차 희석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명확한 펀더멘털과 내러티브를 갖춘 프로젝트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토큰화 금융 시대의 개막자 될까

로빈후드는 단순한 ‘증권 토큰화’ 수준을 넘어, 자체 블록체인과 금융 인프라를 통합 구축하는 전략으로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존 거래소, 브로커리지, 심지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까지 겨냥한 이 종합 전략은 단순한 기능 출시가 아닌 시장 지형의 재편을 예고한다.

전통 금융이 토큰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로빈후드가 새로운 금융의 표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