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한층 신중해지고 있다. 건강수명 연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는 계속되며 자금 유치도 이뤄지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문샷’ 투자는 줄고, 보다 실용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25년 현재 가장 큰 시리즈 투자 사례는 뉴리밋(NewLimit)의 1억 3,000만 달러(약 1,872억 원) 유치였다. 이는 코인베이스(COIN)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이 설립한 기업으로, 세포의 후성 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생물학적 연령을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장수 바이오 분야에서 과학적 기반이 강화되는 흐름을 잘 보여준다.
AI 기반 신약 개발사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노화 관련 질환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으며 1억 1,000만 달러(약 1,584억 원)를 조달했다. 이어 AI를 활용해 노화 기전을 표적하는 약물을 개발 중인 주버네센스(Juvenescence)도 올해 7,600만 달러(약 1,094억 원)의 시리즈 B-1 투자를 유치했다. 이처럼 AI 기술과의 결합은 장수산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하고 있다.
예방 중심의 헬스케어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피터 디아만디스와 토니 로빈스가 공동 창업한 파운틴라이프(Fountain Life)는 맞춤형 회복 치료 및 생물학적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며, 이번 봄에 1,800만 달러(약 259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 그레이매터 뉴로사이언스(Grey Matter Neurosciences)는 집속 초음파 기술을 활용해 뇌의 노화와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시드 단계에서 약 1,400만 달러(약 202억 원)를 확보했다. 또한 순환형 혈장 교환 요법을 제공하는 시애틀 기반의 서큘레이트 헬스(Circulate Health)는 코슬라 벤처스를 주축으로 1,200만 달러(약 173억 원)를 유치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장수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의 열광적 관심이 장기적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에이지랩스(BioAge Labs)는 나스닥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절반 이하로 하락했고,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Unity Biotechnology)는 막대한 벤처자금을 유치하고 2018년 상장했지만, 현재는 폐업 상태다.
대표적인 초기 유니콘 중 하나인 휴먼 롱제비티(Human Longevity)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8년 기업가치 16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로 평가받았으나 최근 보고된 평가액은 3억 1,000만 달러(약 4,464억 원)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에 대한 욕망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창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수익률보다는 인간의 노화 원리 탐구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후 IPO 성적이 어떻든 간에, 이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인류의 생명연장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계속해서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