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e-CNY)’에 ‘이자 지급’이라는 강력한 유인책을 탑재했다. 이는 단순한 전자지갑의 기능 개선을 넘어선다. 알리페이·위챗페이가 장악한 내수 결제 시장을 탈환하고, 국경 밖으로는 ‘디지털 달러’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복안이 깔린 ‘승부수’로 풀이된다.
◇ “현금 그 이상”… e-CNY, 금융 자산으로 진화하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월 1일부터 e-CNY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고, 해당 자금을 국가 예금보험 제도로 보호한다고 밝혔었다.
그동안 디지털 위안화는 ‘국가가 발행한 안전한 돈’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민간 플랫폼의 편리함에 밀려 실사용 확산에 고전해왔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e-CNY 누적 거래액은 약 16조 7천억 위안(약 2조 3,800억 달러)에 달하지만, 연간 15조 달러 이상을 처리하는 위챗페이에 비하면 여전히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이번 조치로 디지털 위안화는 단순한 ‘결제 수단’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 자산’으로 성격이 바뀐다. 은행 계좌가 없는 금융 소외 계층도 디지털 지갑만 있으면 예금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농촌 및 지방 도시로의 급속한 확산이 예상된다.
◇ 앤트·JD닷컴의 ‘USD 코인’ 포기… ‘디지털 만리장성’ 쌓는다
이번 정책의 이면에는 더 큰 그림이 숨겨져 있다. 바로 ‘탈(脫) 달러’와 ‘디지털 주권’ 수호다. 최근 앤트 인터내셔널과 징둥닷컴(JD.com)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홍콩에서 추진하던 ‘USD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전면 철회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서 미국 달러가, 그것이 실물이든 스테이블코인이든 공식적인 지위를 갖는 것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규제 당국이 USD 스테이블코인의 무분별한 확장을 경계하는 가운데, 중국은 아예 자국 통화 중심의 독자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 ‘달러 의존도 0’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 가상자산 가고 ‘토큰화 예금’ 온다… 달라지는 돈의 미래
이러한 흐름은 중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의 무게중심이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에서 ‘제도권 내 디지털 화폐’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2020년대 후반 디지털 유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HSBC와 JP모건, 씨티은행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파운드(GBP), 유로(EUR), 싱가포르달러(SGD) 기반의 ‘토큰화 예금(Tokenized Deposits)’ 시스템을 이미 가동 중이다.
결국 미래의 디지털 화폐 전쟁은 비트코인이나 테더(USDT) 같은 민간 코인이 아닌, 각국의 법정화폐와 은행 시스템이 결합된 ‘소버린(Sovereign·주권) 디지털 화폐’ 간의 경쟁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이번 ‘이자 주는 디지털 화폐’ 실험은 그 거대한 변화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