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크립토 벤처 투자사 멕시벤처스(MEXC Ventures)는 최근 발표한 리서치에서 미국 의회 심의를 앞둔 'CLARITY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며 양 산업이 본격적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법안은 SEC와 CFTC 간의 오랜 관할권 논란을 종결짓고, 미국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려는 규제 전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미국 가상자산 시장은 그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중첩 규제에 따라 극심한 불확실성에 시달려왔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의 탈미(脫美) 현상이 본격화되고, 연기금 및 기관 자금은 시장 접근을 꺼려왔다. 멕시벤처스는 이같은 시장 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전환점으로 CLARITY 법안을 지목하며, 이 법안이 비트코인(BTC), 솔라나(SOL), 이더리움(ETH) 등 주요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정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LARITY 법안은 세 가지 자산 구분체계를 제시하며 규제 주체를 명확히 한다. 비트코인처럼 탈중앙화된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은 CFTC가,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판매되는 증권성 토큰은 SEC가 관할한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일정 유틸리티 성격의 자산은 별도의 '부수적 자산(Ancillary Asset)'으로 분류해 법적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은행 또한 주요 수혜자다. JPMorgan, Bank of America 등 주요 금융기관이 디지털 자산 수탁, 직접 매매, 스테이블코인 발행, 디파이(DeFi) 연계 상품 개발까지 전면 뛰어들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은 별도의 거래소 없이 주거래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트코인을 직접 사고팔 수 있어 편의성과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과 관련한 이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은행 측은 이는 불공정 경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업계는 사용자 유치와 시장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데이비드 삭스 특보는 양측 간 타협점을 찾기 위한 협의를 1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안 통과 시 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주목된다. 멕시벤처스는 보고서에서 스탠다드차타드의 전망을 인용해 기관 자금 유입이 비트코인 가격을 2026년 말 15만~20만 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XRP) 등 알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ETF 상품도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자산 개발자 및 벤처 자본의 미국 회귀 역시 긍정적인 파급 효과로 꼽힌다.
다만 법안의 정치적 변수는 무시할 수 없다.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기관 인사권 강화가 독립성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또, 코모도 CTO 카단 스테델만은 과도한 KYC 및 자금세탁방지(AML) 요구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탈중앙화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대형 금융 기업 중심의 시장 독과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안의 향후 일정은 2026년 1월 상원 위원회 심의를 시작으로 4~5월 대통령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 서명을 거친 후에는 약 1년간의 시행령 마련 기간을 거쳐 은행권의 디지털 자산 서비스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멕시벤처스는 이 과정을 미국이 글로벌 암호화폐 및 디지털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해석했다.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와 산업 지형을 결정지을 최대 분수령으로 평가받는 CLARITY 법안. 그 통과 여부와 후속 조치에 따라 2026년은 디지털 경제의 구조적인 대전환 시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