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전문 리서치 기관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급락과 함께 시작된 조정장이 4년 주기 프레임워크 안에서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90억 달러 규모의 청산과 스테이블코인 도미넌스 급증은 시장이 본격적인 약세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은 2025년 말 기록한 12만 6천 달러 고점 이후 약 52% 하락하며, 역사적 반감기 주기에서 반복됐던 고점 후 되돌림 패턴을 재현했다. 2026년 2월 초 6만 달러 선까지 하락한 후 현재는 7만 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해당 조정은 2024년 반감기 이후 가장 변동폭이 큰 하락으로 기록됐다. 카이코 리서치에 따르면 이 하락은 주기 약세장의 전형적인 중간 지점에 해당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 전반의 거래량은 2023년 말 대비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중앙화 거래소의 총 거래량은 약 30% 축소됐고, 월간 현물 거래 규모는 1조 달러에서 7천억 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이번 하락기에는 거래량이 폭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2022년 붕괴 당시와 달리 대규모 강제 청산보다는 점진적인 ‘소매 이탈’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 결과 시장의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하게 반영되었으며, 얇은 주문장과 매수 확신 부족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모든 시장 참여자가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다. 알트코인 전반이 급격히 후퇴하는 동안 하이퍼리퀴드(HYPE)와 캔톤(CC)은 상대적 강세를 유지하며 차별화된 흐름을 나타냈다. 카이코 리서치의 토큰별 성과 분석에 따르면, 이 두 토큰은 최근 30~60일 간 비트코인 대비 긍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해왔고, 이는 각각 프로토콜 수익과 기관 중심 채택이라는 견고한 생태계 기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SUI 같은 레이어-1 토큰을 포함한 다수 알트코인은 정점 대비 60~70% 하락하며 2023년 저점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 내 레버리지 축소도 두드러진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 선물 시장의 미결제약정 규모는 최근 14%가량 줄었으며, 이는 6만 달러 선 붕괴와 함께 급격히 가속화됐다. 전체 청산 규모는 약 9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단순한 포지션 축소가 아닌 ‘강제 디레버리징’으로 해석된다. 아직 명확한 바닥 신호는 없지만, 이는 시장이 불안정한 매크로 환경, 연준 불확실성에 대응하며 스스로 위험 노출을 줄이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스테이블코인 도미넌스 또한 시장 심리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 총 암호화폐 시가총액 내 스테이블코인의 비중은 10.3%로 급등하며 2022년 FTX 사태 당시 수준을 상회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으로 회피성 자금이 급격히 유입됐음을 뜻하며, 최근 3주간 약 220억 달러가 새롭게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카이코 리서치는 스테이블코인 도미넌스가 역사적으로는 바닥국면과 일치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안정화 여부가 중요한 회복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더리움은 가격 하락과 함께 스테이킹 유입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2024년까지 지속된 순 유입 흐름은 2025년 들어 크게 둔화됐고, 최근에는 하루 기준 최대 2천만 달러 상당의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수익률이 매력적이었던 시기에 비해 금리 방어력이 낮아진 점, 그리고 가격 불확실성이 증가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규모 언스테이킹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으며, 기존 스테이커들의 확신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방향성 판단에 있어 긍정적인 요소다.
기관 투자 확대와 규제 명확화에도 불구하고, 현물 ETF를 포함한 제도권 접근성은 이번 하락을 막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21억 달러 이상의 ETF 유출은 하락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DeFi 또한 TVL(총 예치 자산) 감소와 스테이킹 감소세를 면치 못하며, 구조적 진화가 시장 변동성으로부터의 완전한 방어막은 아니란 점이 확인됐다.
궁극적으로 이번 하락은 비트코인이 ‘같은 주기에서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년 주기 기반으로 본다면, 현재는 약세장 초기 30% 지점에 해당하며 완전한 바닥을 확인하기까지는 6~12개월의 추가 기간과 실패한 랠리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지금, ‘이번엔 다르다’는 믿음을 시험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