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위로 가기
  • 공유 공유
  • 댓글 댓글
  • 추천 추천
  • 스크랩 스크랩
  • 인쇄 인쇄
  • 글자크기 글자크기
링크 복사 완료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칼럼]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을 흔들고, 예금토큰은 은행을 살린다

댓글 0
좋아요 비화설화 0

미국 대형은행들이 예금토큰에 베팅하는 이유 —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쟁에 빠진 한국이 봐야 할 진짜 쟁점

 TokenPost.ai

TokenPost.ai

은행을 위협하는 것은 디지털자산이 아니다. 은행 밖에서 발행되는 돈이다.

요즘 금융권에서는 “디지털자산이 은행 수익을 빼앗는가”라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이 질문은 출발부터 조금 빗나가 있다.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놓고 은행의 적인지 아군인지를 묻는다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은 모두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는 디지털 화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은행의 대차대조표와 수익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정반대다.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예금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다. 반면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디지털 결제망 위에 올려놓는 방식이다.

하나는 은행의 기반을 흔들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은행이 스스로 꺼내 든 방어 무기다. 따라서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디지털자산이 은행을 위협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디지털자산이 은행을 위협하느냐다.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예금 이탈’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디지털자산이다. 겉으로는 단순한 결제 수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훨씬 예민한 문제다.

고객이 은행 예금을 빼서 스테이블코인을 사는 순간, 그 돈은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떠난다. 예금이 줄면 은행이 대출에 쓸 수 있는 재원도 줄어든다. 은행업의 가장 오래된 수익 구조, 즉 예금을 받아 대출하고 그 차이에서 이익을 내는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주체가 은행이 아니라 서클이나 테더 같은 비은행 사업자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고객의 돈은 은행 시스템 밖으로 이동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그 준비자산을 국채나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하고 수익을 얻는다. 은행이 가져가던 예금 기반과 일부 수익이 비은행 디지털자산 사업자로 옮겨가는 셈이다.

미국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을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행협회는 최악의 경우 수조 달러 규모의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연방준비제도 역시 예금 이탈이 은행의 대출 여력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는 극단적 시나리오다. 지금 당장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은행업에서 예금 이탈은 언제나 가장 무서운 단어다. 뱅크런은 늘 숫자보다 심리에서 먼저 시작된다.

그래서 미국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에서 이자 지급 금지, 준비자산 규제, 발행 주체 제한을 강하게 요구한다. 겉으로는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말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이해관계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직접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원하는 디지털자산은 따로 있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디지털자산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이미 블록체인 기반 결제와 정산 인프라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곳은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예금토큰이다.

예금토큰은 말 그대로 은행 예금을 토큰화한 것이다. 고객이 보유한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형태로 표현하고, 이를 결제와 정산에 활용하는 구조다. 겉으로는 스테이블코인과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발행 주체가 은행이라는 점이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은 고객 자금을 은행 밖으로 끌어낼 수 있다. 반면 예금토큰은 예금이 은행 안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결제 속도와 효율만 높인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기반을 잃지 않는다. 대출 여력도 유지된다. 여기에 기업 결제, 기관 정산, 국경 간 송금, 증권 결제 등에서 새로운 수수료 수익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예금토큰은 은행이 디지털자산 시대에 적응하는 방식이다. 은행 예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은행 예금에 새 레일을 깔아주는 것이다.

JP모건이 대표적이다. JP모건의 블록체인 결제 플랫폼 키넥시스는 이미 기관 간 결제와 정산에서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처리하고 있다.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BNY 등 대형 금융회사들도 예금토큰과 토큰화 결제 인프라를 실험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미국 대형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경쟁에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예금토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이 자기들의 장부, 자기들의 고객, 자기들의 수익 모델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예금토큰은 스테이블코인 공습에 대한 방어이자, 은행이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새 수익을 얻기 위한 공격 무기다.

문제는 은행의 생존이 아니라 결제 질서의 주도권이다

이 논쟁을 은행 수익의 문제로만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더 큰 쟁점은 결제 질서의 주도권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거래소, 웹3 서비스, 국경 간 자금 이동, 온체인 금융의 기본 결제 단위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달러를 닮은 코인’ 정도로 이해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 거래의 기준 단위이자, 디지털 금융의 회계 단위이며, 글로벌 플랫폼 위에서 움직이는 새로운 결제 레일이다.

문제는 이 레일이 대부분 달러 기반이라는 점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기본 결제 단위로 굳어질수록, 다른 통화는 그 위에서 보조 수단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한국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다. 원화가 다음 세대 결제 인프라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의 문제다.

은행은 예금 기반을 걱정한다. 핀테크는 발행권을 원한다. 빅테크는 결제망을 본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을 걱정한다. 그러나 국가가 봐야 할 것은 이 네 가지를 모두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이다. 원화는 디지털 경제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가.

한국의 논쟁도 결국 같은 질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와 맞물려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 수단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디지털 결제망을 장악하기 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관련 상표를 출원하고,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하며, 빅테크와 핀테크 역시 발행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단어는 이제 업계의 구호를 넘어 정책 의제로 올라섰다.

명분은 충분하다. 글로벌 플랫폼, 게임, 콘텐츠, 온라인 커머스, 웹3 서비스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기본 결제 수단이 된다면 원화의 존재감은 약해질 수 있다. 디지털 경제의 결제 단위가 달러로 굳어지는 순간, 통화주권 논의는 뒤늦은 방어전이 된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우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민간이 발행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확산되면 통화정책 전달 경로와 금융안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은행 예금이 비은행 사업자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밖에서 발행되고 유통된다면, 은행권은 미국 은행들이 우려하는 것과 같은 예금 이탈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예금토큰에 무게를 둬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시중은행 예금을 토큰화하고, 이를 중앙은행 화폐와 연결된 구조 안에서 실험하는 방식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접근이다. 민간 혁신은 허용하되, 최종 신뢰의 닻은 중앙은행 화폐와 은행 시스템 안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도 선택을 피할 수 없다

한국 시중은행들도 이제 선택의 압박을 받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빅테크와 핀테크에 결제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반대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만 몰두하다 보면 자신들의 핵심 자산인 예금 기반을 스스로 약화시킬 위험도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보다 예금토큰이 훨씬 편한 선택이다. 예금을 지키면서 블록체인 결제망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한 선택이 곧 충분한 선택은 아니다. 예금토큰이 은행권 내부의 기관 결제 도구에 머문다면, 개방형 디지털 경제의 결제 수요는 결국 스테이블코인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선택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들은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들이 장악할 수 있는 영역, 즉 예금토큰과 기관 결제 인프라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은행이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예금과 신용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 본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국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들이 왜 이 시장에 들어가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단지 유행을 따라가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예금 기반을 지키면서 새로운 결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답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설계다

그러나 결론을 단순하게 내려서는 안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위험하고 예금토큰은 안전하니 예금토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결론은 현실을 지나치게 좁게 보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은 쓰임새가 다르다. 예금토큰은 은행 시스템 안에서 기관 결제, 기업 자금관리, 증권 정산, 국경 간 은행 간 결제에 강하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바깥의 개방형 디지털 생태계, 글로벌 플랫폼, 웹3 서비스, 소액 결제, 프로그래머블 결제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

하나는 신뢰가 검증된 폐쇄형 금융망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빠르게 확산되는 개방형 유통망에 가깝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과제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두 수단을 어떤 규제 틀 안에서, 어떤 상호운용 구조로, 어떤 책임 체계 아래 놓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허용하되 발행 주체, 준비자산, 상환권, 회계 처리,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예금토큰은 은행권 안의 실험으로만 묶어둘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 결제와 자본시장 인프라에 연결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무엇보다 두 체계가 서로 단절된 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앙은행 화폐를 기준으로 언제든 액면가 교환이 가능하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1원이 정말 1원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이 없다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그것은 화폐가 아니라 포인트에 가깝다.

디지털 화폐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신뢰다. 블록체인이 아무리 빠르고 똑똑해도, 최종 결제의 닻이 흔들리면 금융은 그 위에 올라서지 않는다. 이 신뢰의 마지막 보루는 결국 중앙은행 화폐다.

한국은 ‘원화의 디지털 질서’를 설계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을 위협할 수 있다. 예금토큰은 은행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질문은 따로 있다. 한국은 이 둘을 서로 충돌하는 적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디지털 원화 시스템 안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두 톱니바퀴로 만들 것인가.

미국 대형은행들은 이미 자신들의 답을 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견제하고, 예금토큰은 키운다. 그것이 은행의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 답을 그대로 베낄 필요는 없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금융시장 규모도 다르며, 빅테크와 은행의 관계도 미국과 다르다.

그러나 배워야 할 점은 분명하다. 디지털자산 정책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외치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예금토큰을 실험실 안에만 묶어둬서도 안 된다. 은행, 핀테크, 빅테크, 중앙은행, 감독당국이 각자의 이해관계만 앞세우면 한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깔아놓은 글로벌 결제망의 하청 시장으로 밀릴 수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 있다. 법은 산업을 막는 울타리도, 특정 업권에 주는 면허장도 아니어야 한다. 원화가 디지털 경제 안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신뢰와 경쟁의 질서를 함께 세우는 설계도여야 한다.

은행을 흔드는 것은 스테이블코인이다. 은행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예금토큰이다. 그러나 국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은행의 안위만이 아니다. 원화가 다음 결제 질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한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의 질서를 스스로 설계하지 못하면, 다음 결제 인프라는 국내 은행도, 국내 핀테크도 아닌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가져갈 것이다. 그때 원화는 디지털 경제의 주인공이 아니라 결제 직전 환전되는 주변 통화로 밀려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행어가 아니라 구조다. 그리고 그 구조를 늦게 짜는 나라는, 남이 만든 레일 위에서 통행료를 내게 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광고문의 기사제보 보도자료

많이 본 기사

alpha icon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

관련된 다른 기사

댓글

댓글

0

추천

0

스크랩

스크랩

데일리 스탬프

0

말풍선 꼬리

매일 스탬프를 찍을 수 있어요!

데일리 스탬프를 찍은 회원이 없습니다.
첫 스탬프를 찍어 보세요!

댓글 0

댓글 문구 추천

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0/1000

댓글 문구 추천

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