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서울의 한 치킨집에서 ‘치맥 회동’을 가진 다음 날, 이들과 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들의 주가가 널뛰는 양상을 보였다. 실질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기대감이나 흥미를 추종하는 투자심리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저녁, 황 CEO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 회의 참석차 방한한 일정 중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이재용, 정의선 회장과 치킨과 맥주를 곁들인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 사용된 메뉴 구성이나 연출된 장면이 대중의 주목을 받자, 일부 투자자들은 관련성이 희박한 상장 종목에 투자를 몰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앤비 주가는 장 초반 15.98%나 급등했다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0.36% 내린 4천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실제 회동 장소는 교촌이 아닌 다른 업체 매장이었고, 행사 내용과도 무관했지만, 국내 유일 상장 치킨 프랜차이즈라는 상징성 탓에 '밈 주식'처럼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밈 주식이란 실적이나 펀더멘털보다 소셜미디어나 일시적 관심 등에 의해 급격한 변동을 보이는 종목을 뜻한다.

비슷한 흐름은 맥주 제조사 한울앤제주에도 나타났다. 이 회사는 회동에서 마신 맥주 브랜드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로, 장 초반 14.15% 오르며 2천130원까지 오른 뒤 이후 급락해 종가는 1천800원(3.54% 하락)으로 마무리됐다. 이처럼 명확한 실적 호재가 없음에도 일시적 관심에 반응한 것은 최근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밖에도 회동 자리에서 시민들에게 제공된 선물 중 하나였던 바나나우유를 생산하는 빙그레도 투자자 주목을 받았다. 이날 3.5% 상승세로 출발한 빙그레는 장중 상승폭을 축소하며 결국 1.12% 오른 7만2천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교촌이나 한울앤제주와 달리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큰 종목은 등락폭이 제한적이었다.

이번 현상은 글로벌 인플루언서로 떠오른 엔비디아 CEO와 국내 주요 재계 인사 간 만남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해석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실질적 변화 없이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반복될 경우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테마성 이슈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업의 실적과 무관한 외부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른바 '투자 밈' 현상이 국내 시장에서도 점차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단기급등 종목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정보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