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증시가 27일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며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기대와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앞둔 인공지능 관련 낙관론이 맞물리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가 시장 전반을 끌어올린 결과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9.40포인트, 2.15% 오른 6,615.03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가 6,600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26일 4,000선을 처음 돌파한 뒤 올해 1월 27일 5,000선, 2월 25일 6,000선을 차례로 넘어섰다. 다만 지난달 말에는 이란 전쟁 여파로 5,000선이 위협받기도 했는데, 최근 들어 다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상승 흐름을 회복한 모습이다.
일본과 대만 증시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1.38% 오른 60,537.36으로 마감해 종가 기준 처음으로 60,000선을 돌파했다. 대만 자취안 지수는 1.76% 상승한 39,616.76으로 장을 마치며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중에는 40,194.92까지 올라 처음으로 40,000선을 찍었다. 세 시장 모두 공통적으로 반도체와 첨단 기술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의 SK하이닉스는 장중 131만7천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고, 삼성전자도 1.82% 상승했다. 대만의 TSMC 역시 3.66%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시장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이번 주 예정된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은 29일, 애플은 30일 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이들 5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합쳐서 약 16조달러, 우리 돈 약 2경3천6조원으로 S&P 500 전체 시가총액의 약 4분의 1에 이른다. 특정 몇 개 기업의 실적이 미국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까지 흔들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다. 투자정보 업체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상승장이 계속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이번 실적에서 뚜렷한 근거가 확인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서는 초대형 기술주 7개 종목을 가리키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이 최근 4주간의 상승 흐름을 주도해 왔다.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는 지난달 말 S&P 500 지수가 저점을 찍은 이후 각각 25% 넘게 올랐다. 연초만 해도 인공지능 투자 과열 논란으로 빅테크 주가가 흔들렸지만, 이란 전쟁으로 유가와 물가 부담이 커지자 오히려 실적이 견조한 기술주가 피난처처럼 받아들여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미래 기대가치가 크게 반영되는 종목들을 제외해도 매그니피센트7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즉 예상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은 25배로 S&P 500 평균인 21배보다 여전히 높다. 그만큼 기대가 큰 반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MSCI 신흥국 지수도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이 같은 흐름은 결국 미국 기술기업 실적이 얼마나 시장 기대를 충족하느냐에 따라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단기 조정의 빌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