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이 2026년 들어 다시 1,000선 아래로 밀리고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추진돼온 코스닥 세그먼트 개편의 구체안 발표 시점도 당초보다 늦춰지게 됐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합산 시가총액은 7천941조6천724억원이고, 이 가운데 코스닥은 542조7천977억원으로 6.83%를 차지했다. 이는 1999년 5월 13일 6.81% 이후 가장 낮은 비중이다. 올해 초만 해도 코스닥 비중은 12%대를 넘었지만, 5월 들어 10% 밑으로 떨어진 뒤 최근에는 6%대로 내려앉았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강세를 발판으로 비중이 93.17%까지 높아졌다. 지수 흐름도 엇갈렸다. 코스피가 대형주 중심 상승세를 이어가는 동안 코스닥은 지난 19일 966.59로 마감해 다시 1,000선을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추진해온 제도가 이른바 코스닥 승강제다. 이는 코스닥 상장사를 일정 기준에 따라 여러 구간으로 나눠, 상대적으로 성숙하고 신뢰도가 높은 혁신 기업군을 별도로 부각하겠다는 구상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군이 더 명확해지고, 시장 전체로는 우량 혁신기업에 자금이 더 원활히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1일 열리는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에서 개편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편입 기준, 대상 기업 수, 시행 시기 같은 세부 내용은 이번 행사에서 나오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는 당초 30주년 행사에 맞춰 정책을 확정하려 했지만,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일정을 9월 말에서 10월 초로 예상되는 금융당국의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시점으로 미룬 상태다.
논의가 늦어진 배경에는 벤처업계의 우려가 있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세그먼트 개편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시가총액이나 영업실적 중심으로 상장사를 나눌 경우 바이오, 인공지능, 딥테크처럼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당장 실적이 크지 않은 기업이 하위 구간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과 무관하게 시장에서 ‘비우량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고, 결국 자금조달 기능도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코스닥은 특히 벤처기업 비중이 높은 시장이어서, 단순한 분류 체계 변화가 아니라 성장기업의 투자 환경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이런 반발을 의식해 제도 설계를 서두르기보다 공감대 형성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거래소는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탈협회, 투자업계, 학계 등이 참여하는 자문단을 꾸려 지난 16일 첫 회의를 열었고, 앞으로 공청회도 여러 차례 진행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세그먼트 이름 역시 민감한 문제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프리미엄·스탠다드’나 ‘1·2부제’ 같은 표현이 거론됐지만, 업계에서는 이 자체가 서열화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거래소는 미국 나스닥의 사례처럼 상대적으로 완곡한 명칭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그먼트 개편 이후에는 최상위 우량기업 대표지수 도입도 검토될 전망이지만, 이 역시 먼저 구간 기준이 확정돼야 추진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부진을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시장 구조 변화의 결과로 본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수급 변동에 취약한데다, 최근에는 개인 자금 이탈과 코스피 대비 더딘 이익 개선,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성장주 할인 요인이 겹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코스닥 반등의 열쇠는 제도 개편의 속도보다도,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 코스닥 정책 모멘텀이 실제 투자심리 개선과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제도 논의 지연 속에 상대적 소외가 더 길어질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