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 새로 상장한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월가에서는 향후 주가가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반도체 업황의 핵심 변수인 메모리 공급 부족이 몇 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그동안 낮게 평가받던 한국 반도체주의 재평가 가능성이 부각된 것이다.
14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바클레이스의 사이먼 콜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 ADR의 목표주가를 33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13일 종가보다 117% 높은 수준이다. 바클레이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족이 2027년에 더 심해지고, 2028년에도 뚜렷하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봤다. 메모리 반도체는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처럼 데이터를 저장하는 핵심 부품을 말하는데, 최근 인공지능(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특히 고성능 메모리의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번 낙관론의 배경에는 한국 반도체 대형주의 낮은 평가도 깔려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9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향후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6.35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컸던 2008년 10월 26일의 6.82배보다도 낮았다고 전한 바 있다. 이는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PER이 한 자릿수 중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스가 메모리 반도체주를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시장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에 대해서는 당장 시장 판도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제시됐다. 바클레이스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데이터센터용 제품에 중국산 디램을 본격적으로 채택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중국 업체가 글로벌 디램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또 SK하이닉스가 2027년 말까지 현재 시가총액의 40%를 웃도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할 수 있다고 추산하면서, 자사주 매입 확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을 바탕으로 자기 주식을 사들이면 주당 가치가 높아질 수 있어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기대는 실제 주가에도 바로 반영됐다. 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낙관론이 다시 살아나면서 이날 뉴욕증시에서 SK하이닉스 ADR은 미 동부시간 오후 3시 51분 기준 전장보다 26.5% 오른 192.7달러에 거래됐다. 다만 반도체 업종은 수요 변화와 공급 조절,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따라 변동성이 큰 대표 업종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속도와 메모리 가격 흐름, 중국 업체의 기술 추격 수준이 맞물리면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주의 재평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