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 투자자 론 콘웨이가 세일즈포스 재단 이사회에서 전격 사임했다. 콘웨이의 결단은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샌프란시스코에 주방위군을 투입해달라고 공개 요청한 발언 이후 나왔다.
이보다 하루 앞서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엉망진창”이라 표현하며 연방 병력 파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개빈 뉴섬 주지사 사무실은 살인율이 감소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조치를 “트럼프 자신의 허영심과 왜곡된 망상에 기반한 군사화”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 들어 트럼프는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시카고, 포틀랜드 등 주요 도시에 이미 주방위군을 배치했다. 샌프란시스코 외에도 볼티모어, 뉴올리언스까지 군사 치안화 대상에 포함해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 스콧 위너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은 소셜 플랫폼 X를 통해 “한마디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당장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콘웨이는 베니오프와 25년 이상 친분을 유지하며 10년 넘게 이사회에서 활동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콘웨이는 베니오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동안 존경해온 당신을 더이상 알아보지 못하겠다”고 밝히며 씁쓸한 결별을 통보했다.
이번 논란은 베니오프의 정치적 이념 변화로도 해석된다. 한때 ‘테크 업계의 진보 아이콘’으로 불렸던 그는 최근들어 트럼프 정부와의 유착 움직임이 늘고 있다. 그는 경찰 인력 부족과 자신이 개최한 드림포스 행사에서의 보안 문제를 언급하며 “경찰 역할을 주방위군이 대신할 수 있다면 찬성”이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베니오프는 개인 자산 83억 달러(약 11조 9,520억 원)를 보유한 실리콘밸리 거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민간 고용주이자 대표적 기부자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와이에 부동산을 매입하며 체류 시간이 길어져 도시를 등졌다는 비판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여전히 샌프란시스코에도 똑같은 시간을 보낸다”고 반박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콘웨이는 “드림포스 경호비를 아끼겠다고 도시에 연방군을 투입하려 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베니오프의 발언이 가진 정치적 무감각과 현실 인식 부재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쏟아낸 유감의 메시지는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도 상징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베니오프의 발언을 전환점으로, 테크 리더 내부에서도 정치적 또는 사회적 가치관의 균열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역 공동체와 기업의 책임이라는 철학을 중시해온 실리콘밸리에서, 이번 갈등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