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 보안 전문 기업 F5(FFIV)의 주가가 4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6% 이상 하락했다. 견조한 매출과 이익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이버 보안 침해 사건의 여파로 향후 실적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F5는 9월 30일 마감된 2025회계연도 4분기 동안 매출 8억1,000만 달러(약 1조 1,664억 원), 주당순이익(EPS) 4.3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3.67달러 EPS와 비교해 증가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었던 3.97달러 EPS와 매출 7억9,486만 달러를 모두 상회했다. 특히 시스템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전체 제품 매출은 16%, 연간 매출은 10%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F5는 두 건의 주요 인수도 발표했다. 네트워크 가시성 소프트웨어 업체 맨티스넷(MantisNet)과 AI 보안 솔루션 기업 칼립소AI(Calypso AI)를 각각 8월과 9월 인수했다. 특히 칼립소AI의 핵심 제품인 '인퍼런스 플랫폼'은 AI 워크로드 보호에 최적화된 도구로, F5는 이를 자사 애플리케이션 보안 플랫폼에 통합해 사이버 보안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눈길은 다른 데로 쏠렸다. 지난 10월, F5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국가 지원을 받은 해커가 자사 내부 시스템에 침입해 주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BIG-IP의 소스코드 일부와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 정보를 유출해갔다고 밝혔다. 실제 침해 행위는 8월 9일 탐지되었으며, 이는 4분기 내 발생한 사건이다.

이 보안 사고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고 시장은 판단하고 있다. 내부 시스템의 핵심 코드가 유출되면서 고객사의 운영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판매 사이클의 지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F5는 2026회계연도 가이던스를 매출 성장률 0~4%로 낮춰 제시했다. 특히 상반기에는 고객사들이 보안 점검과 환경 재구성에 집중하면서 수요 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F5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7억3,000만~7억8,000만 달러, 주당순이익은 3.35~3.85달러로 예상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주당 이익을 14.50~15.50달러로 제시했지만, 이는 올해 15.81달러 대비 감소한 수치다.

프랑수아 로코-도누(François Locoh-Donou) F5 최고경영자(CEO)는 "제품 매출의 성장이 눈에 띄는 한 해였고, 특히 시스템 부문은 기록적인 실적을 냈다"면서도, "보안 사고 이후의 신중한 고객 접근을 반영한 보수적 전망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기술 기업들에게 제품 기능뿐 아니라 사이버 보안 내재화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F5가 어떤 방식으로 고객 신뢰 회복과 기술 보완에 나설지, 향후 실적과 주가 흐름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