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스타트업 라디언트 인더스트리(Radiant Industries)가 3억 달러(약 4,32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대중적으로 접근 가능한 소형 원자로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배경으로, 데이터 센터를 중심으로 신재생 및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라운드는 드레이퍼 어소시에이츠와 부스트 VC가 주도했고, 기존 투자자들도 참여했다. 지난 시리즈 C 라운드 이후 6개월 만에 빠르게 추가 자금을 확보하면서, 라디언트는 생산설비 구축 및 핵심 실증 프로그램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라디언트의 최고경영자 더그 버나우어(Doug Bernauer)는 “소형 원자로의 대량 생산은 인류의 원자력 인식에 전환점을 가져올 것”이라며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가능성을 강조했다.
라디언트의 마이크로 원자로는 기존의 대형 발전소와 달리 반트럭 크기의 이동형 설비로 공장에서 제작돼 필요 지역으로 운송, 설치할 수 있다. 이같은 구조는 재난 대응, 국방 시설, 외딴 지역 인프라 등에 상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유리하다. 특히 전력 인프라가 미비한 현장에서 디젤 발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이번 자금은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에서 진행되는 ‘DOME’ 실증 프로젝트에 직접 투입된다. 이를 통해 라디언트는 자사에서 설계, 제작, 연료적재, 운영까지 독자적으로 제어하는 첫 원자로에 자립 연쇄 반응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INL에서 미국 내 최초로 설계된 마이크로 원자로 ‘칼레이도스 데모 유닛’을 실험한다는 일정도 발표됐다.
투자사 DCVC의 파트너이자 전 에너지부 고등연구계획국(ARPA-E) 핵분열 프로그램 디렉터였던 레이첼 슬레이보(Rachel Slaybaugh)는 “라디언트는 미국 핵에너지 스타트업 가운데서도 안보와 번영을 위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의 핵심 기업”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라디언트는 최근 글로벌 데이터 센터 운영업체 이퀴닉스(Equinix)와 20기 규모의 원자로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군과도 별도 공급계약을 맺은 상태다. 생산기지는 미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위치한 공장 ‘R-50’에서 본격 가동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맨해튼 프로젝트의 극비 우라늄 생산 거점이었던 ‘S-50’ 시설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연간 50기 생산을 목표로 한다.
AI 인프라 확장과 맞물려 마이크로 및 모듈 원자로에 대한 관심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아마존(AMZN),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 등 대형 테크 기업들도 자사 데이터센터의 상시 전력 확보를 위해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의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을 통해 인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라디언트는 이번 투자를 통해 소형 원자로의 대량 상용화를 현실로 끌어내며, 차세대 에너지 시장에서 핵심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인공지능 기반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마이크로 원자로가 그 중심에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