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술, 저작권 경계 넘나들다…창작자 자격 논쟁 가열

|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만든 예술 작품과 음악 콘텐츠가 실제 전시와 유통 현장에 등장하면서, 이들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와 창작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법적 기준과 사회적 인식 모두에서 아직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향후 규범 정립을 위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한 미술대회에 AI가 만든 이미지가 출품돼 대상을 수상한 일이 있었다. 당시 많은 참가자와 관람객은 작품이 유화 형식의 전통적 기법을 구현한 것으로 생각했고, 정체가 드러난 뒤에는 "이것도 예술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제기됐다. 이는 단발성 논란이 아닌 전 세계 예술계와 문화계가 마주한 공통된 숙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활용은 이미 일상화되고 있다. 홍익대를 비롯한 미술대학생들이 졸업전시에서 AI 이미지 생성기를 활용했고, 국립현대미술관도 일부 전시에서 AI 알고리즘을 포함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다만 최근까지의 사례는 대부분 인간 작가가 도구로 AI를 활용한 방식이며, AI가 단독 창작자로 인정받은 경우는 없다. K-팝 업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되는데, 일부 작곡가는 AI로부터 멜로디나 코드진행 제안을 받으며 작업에 응용하고 있으며, AI 보컬 합성 기술이 적용된 공식 음원도 출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이러한 기술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저작권청(USCO)은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콘텐츠는 저작물로 등록할 수 없다고 명시했고,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도 이와 동일한 입장을 최근 판결에서 확인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생성형 AI에 대해 투명성과 저작권 준수 원칙을 의무화하며 제도 정비에 나섰다. 이러한 논의의 공통점은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을 경우, AI 산출물은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사용된 데이터의 출처, 적법성, 결과물 유통 시의 책임소재가 중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예술계 내부에서는 의견이 극명히 엇갈린다. AI를 새로운 표현 수단으로 받아들이자는 긍정적 해석과 함께, 인간 경험과 의도가 배제된 결과물이 광범위하게 예술로 유통될 경우 창작자의 정체성과 권리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떤 이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예술 개념을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의 관점과 맥락이 빠진 작품은 본질적으로 창작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한국 정부도 관련 제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AI 창작물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립 및 연구를 진행 중이며, 외국의 판례와 정책을 반영해 국내 저작권 체계를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적절한 기준이 서지 않는다면 AI 기술은 콘텐츠 산업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창작 주체에 대한 개념은 기술 개발 수준보다 오히려 법적 기준과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정착되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누가 만들었는가"를 넘어서 "무엇을 기반으로 만들었고,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문제로 논의가 옮겨가는 가운데, 예술과 저작권의 새로운 경계 설정이 필요해지고 있다.